안첼로티가 말하는 카카의 첫 인상.TXT
2016-05-11   /   추천   바람이분당(parksee0)

 

[안첼로티가 말하는 카카의 첫 인상.TXT]

 

 

2003년 여름, 나는 경주마 중에 최상급의 명마를 선물 받은 기분을 느꼈다. 명마 보다는 화성인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게 바로 카카였다. 이 얘기 한번 들어봐. 이사회와 스태프로부터 팀에 재능 넘치는 젊은 브라질 선수 하나가 합류한다는 얘기를 들었지. 문제는 내가 이 친구 이름만 들었다는데 있었다. 히카르두 이젝슨 도스 산투스 레이테. 당시 클럽인 상 파울로에서 이 친구를 경험을 더 쌓게 할지 아니면 바로 데려올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이 친구를 바로 훈련에 합류 시키기로 했다. 그때 나도 속으로 그래 어떤 선수인지 지켜 볼까? 라는 생각만 했다. 당시 우리는 그야말로 눈을 감고 구매를 한 셈이었기 때문에 확신이 전혀 없었다. 다들 얘가 공을 잘 찬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말은 하는데 나는 모르니까. 본적 없으니까. 카카가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떨어졌을 때 그 놈 모습을 보고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를 기대했는데 얘는 모범생 안경을 끼고 머리는 빗어 넘긴 모습의 완전 모범생 그 자체였다. 도시락이랑 책가방을 하나 주고 싶었다. 오 주여, 대체 우린 뭘 사온 거지? 전공 선택도 못할 것 같은 아이가 하나 왔잖아! 교환학생이지? 이탈리아에 온걸 환영해. 그런데 드리블이랑 킥도 할 줄 아니?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건 브라질 축구 선수가 아니라 밀라노 공업 단지 밖을 서성이는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내가 모두에게 물으면 답은 같았다. “쟤 공 잘 차. 잠재성이 있어. 하지만 이탈리아 무대의 좁은 공간에서 큰 활약을 못하겠지” 와 같은 답들이었다. 나한테 누가 그런 얘기들을 했는지 이름을 불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지가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름이 카카라고?” “똥 아니야?” “똥이잖아!” "유벤투스는 귀한 돈을 주고 똥을 사진 않지” 와 같은 발언들이 연일 미디어에 나왔다. 그때 감이 왔다. 루치아노가 저런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루치아노가 선수 보는 눈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회견 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새로운 영입의 장점을 말해달라는데 내가 얘 공을 차는걸 본적이 있어야 답을 할 것 아닌가. 기자들은 그냥 대략적인 정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수의 취향, 성격 그리고 일화를 물어본다. 할말이 없었다. 그냥 “이 친구는 프로 축구 선수이며 뛰어난 재능을 지닌 미드필더이고 또 공격적인 위치에서 공격 작업을 진행한다. 성격도 좋다. 지금까지 봐온바 토니누 세레조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라고 말했다. 신기한 사실이 있다면 기자회견 장에서 그 어떤 헛소리를 해도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아 그런가보다’ 한다. 그리고 카카의 훈련 첫날이 드디어 도래했다. ‘이 놈 자기 엄마와 아빠가 길을 가르쳐줘야 여길 찾아올 것 같은데’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시차극복도 못해서 피곤해 보이는 소년이 주춤거리며 필드에 들어갔다. 그러고 천국의 광경이 하모니가 울리면서 펼쳐졌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공을 받으면 카카는 믿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이놈은 그냥 우월한 놈이었다. 밀란의 레귤러였던 가투소가 카카를 막았다. 일부러 세게 몸싸움을 걸었지만 카카는 공을 지켜냈다. 그리고 가투소의 욕설 한 마디가 카카의 클래스를 인증했다. “어쭈 이것 봐라 X발X끼가?” 일순간 카카는 공을 치고 나가더니 네스타를 향해 달리다가 골대 밖 30미터에서 그대로 슛을 때렸고 공은 네트에 꽂혔다. 네스타의 얼굴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리모컨이 있다면 나는 그때 장면을 돌려볼 것이다.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이보슈 모지씨. 이름이 어쨌건 간에 나는 카카를 사랑합니다. 모범생 카카말고. 안경을 벗고 축구 반바지를 입으면 카카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된다. 원래 나는 팀 훈련이 끝나고 갈리아니에게 훈련장 분위기 등을 전하며 통화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카카가 처음으로 밀라넬로에서 훈련한 날도 어김없이 통화를 했다. “갈리아니 양반. 전할 소식이 있다네” “좋은 소식이야 나쁜 소식이야?” “아주 좋은 소식이지. 굉장한 소식이야” “오 카를로 드디어 때려치려고?” 갈리아니는 항상 유쾌한 농담을 하는걸 좋아했다. “불행하지만 내가 지금 그만 두는 일은 없어. 그리고 내가 그만 두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 말이야. 이봐, 우리 방금 축구 천재를 하나 얻었어” 지단의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카카는 분명 지단에 근접한 클래스의 선수였다. 내가 지도한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였다. 카카는 굉장히 지능적이고 한번 무언가를 깨달으면 바로 그걸 해낸다. 남들 보다 두 배 정도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공을 받기 전에 이미 자신의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마쳤다.

 

 

첫 훈련처럼 나머지 훈련들도 이어졌다. 매 훈련이 멋진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카카에게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심지어 말디니도 카카의 위대함을 인정했다. 말디니가 상대했던 그리고 함께 뛰었던 선수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카카의 클래스가 드러나지 않나. 말디니는 반 바스텐과 함께 뛴 선수다. 그 반 바스텐 말이다. 카카와 가투소는 금방 친해졌다. 카카가 “촌놈” 이라고 놀리고 가투소에게 구타를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가투소에게 잡히면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린다. 카카의 뒤통수는 풀 스윙으로 수 천회는 강타당했다. 카카에 대해선 내가 놀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이 놀라왔다. 오 주여! 이런 축구 선수를 이 땅에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우 800만 달러의 돈으로 이런 선수가 나타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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