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이룬 한국형 축구화의 꿈
2011.07.28 17:36:25


21세기 축구화 시장은 전쟁터다. 큰 대회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분기가 바뀔 때마다 전투가 벌어진다. 거대한 자본과 뛰어난 기술을 갖춘 거대 스포츠용품사들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을 연이어 내놓는다. 미국, 독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가 벌이는 다툼에 한국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올댓부츠’를 운영한 후에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과 가장 많이 전해진 부탁은 바로 한국 축구화에 대한 것이다. 키카를 필두로 하는 한국 축구화에 대한 소식과 신제품 개발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주류를 이뤘다. 80년대 태어나 우남축구화를 처음으로 신었던 설렘을 간직한 필자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한때 K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들까지 신었던 키카의 명성은 이제 빛 바랜 추억일 뿐이다. 여전히 나이가 지긋한 동호인들은 키카에 대한 향수를 벗지 못했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안타깝다. 겉모습도, 기술도 예전 모습에서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답보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워하던 중에 재미있는 물건을 받았다. ‘스포탈코리아’ 김덕기 주간이 소장품을 내놓은 것. 김 주간은 “몇 년 전에 축구화를 직접 개발하던 사람이 가져왔다”며 흥미로운 축구화 한 족을 보여줬다. 예사롭지 않았다. 끈이 2중으로 돼 있었고, 최근 유행하는 돌기가 축구화의 텅(혀)부분까지 배치돼 있었다. 나이키의 토탈90, 미즈노의 웨이브 이그니터스와 비슷한 유형의 축구화였다.

김 주간에게 문의하니 이 제품을 만든 이는 이제 꿈을 접었다고 한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 아쉬움이 앞섰다. 조금 무겁고,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한 사람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하다. 개발 시기로 보면 이 신기한 축구화가 나이키와 미즈노보다 앞설 수도 있었다.

머리 속에 그렸다고 해서 바로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제품이 세계적인 축구화가 됐을 거라는 감상적인 말도 아니다. 한국 축구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준이 아닌 ‘의지 상실’ 수준인 것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나온 과거의 파편에 마음이 좀 더 복잡해졌다. 한국 축구화의 꿈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 되살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