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의 연고지로 유명한 독일 남부 도시 뮌헨에서는 해마다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스포츠 축제가 열린다.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 기간 동안 뮌헨의 숙박 시세가 들썩일 만큼 큰 파급력을 지니는 행사다. 바로 스포츠 박람회 ISPO(International trade fair for sporting goods and sports fashion )이다.
ISPO에는 유럽을 비롯해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업체들이 참여한다. ISPO를 보면 스포츠 산업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스포츠 제품 생산업체들은 자신들의 대표 제품을 내걸고 미래를 책임질 제품들을 내놓고 구매자들을 기다린다. 이번 박람회도 마찬가지다. 뮌헨 박람회장에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했다.
이번 ISPO의 화두는 건강이었다. 신체의 결함을 보완하고 보정하는 제품과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성을 지킬 수 있는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스포츠는 이제 투쟁심을 자극하는 결투를 넘어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로 진화했다는 방증이었다. 이미 일정이 확정된 ISPO 2011의 키워드가 헬스스타일(Healthstyle)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눈에 띈 제품은 컴프레션기어(압박을 통해 피로와 부상을 방지하고 회복까지 돕는 기능성 의류)였다. 처음에 살이 떨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피로도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한 컴프레션기어는 이제 혈액 순환을 도와 경기력을 증진시키고, 과학적인 압박을 통해 피로 회복까지 돕는 만능 의류로 진화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컴프레션기어 생산 업체는 총 네 개이다. 1998년 프랑스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도우며 ‘마법 양말’이라는 별명을 얻은 프랑스의 BV스포르, 배구 선수 문성민이 착용해서 유명해진 호주의 스킨스(SKINS), 호주의 강자 2XU 그리고 일본의 다르마우VSKIN이 최신 제품들을 내놓았다.
BV스포르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은 이 제품을 좋아해서 자신의 사진을 사용할 권리까지 줬을 정도다. 장-마르셀 페레 박사가 개발한 이 제품은 특히 회복에 강점을 지닌다. 프랑스 대표팀은 이 제품의 효력을 톡톡히 봤고, 프랑스 언론은 “월드컵 우승에는 마법 양말의 역할도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명성에 비해 홍보 부스는 가장 작았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홍보 담당자인 파비엔 프티는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제품으로 말한다.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우리 제품을 착용한다. 직접 신어보면 금새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조적으로 호주의 스킨스는 가장 큰 면적에 창의적인 홍보 부스를 꾸렸다. 스킨스는 두 명의 모델을 부스의 일부로 활용했는데, 한 명은 컴퓨터를 하면서 일상 생활을 구현했고 다른 한 명은 계속해서 자전거를 탔다. 일상에서도 스포츠를 즐길 때도 스킨스 제품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낸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스킨스는 호주 농구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1860 뮌헨, 입스위치 타운 그리고 세필드 유나이티드 등의 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었다. 스킨스는 축구를 넘어 사이클, 트라이에슬론, 럭비 등 많은 스포츠를 위한 여러 가지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의 종류나 범위로 보면 가장 다양한 범위를 아울렀다. 물론 나머지 두 회사도 고유한 기술을 자랑했다.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번 ISPO에서는 선수들의 기술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을 돕는 기술도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광고 문구는 이제 식상하다. 이제 ‘스포츠는 결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차례다. 경기장이 아니라 박람회장도 자세히 보면 얼마든지 흥미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