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네레(ennerre)는 국내 축구 매니아들에게 매우 생소한 브랜드일 것이다. 필자 역시도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인 엔네레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엔네레가 이탈리아 국내에서 유명한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축구 용품 쪽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확실하다.
그런데 과거에 엔네레 축구화를 착용한 스타플레이어가 두 명 존재했다. 1990년대 초, 중반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비스콘티와 국내 팬들 에게도 친숙한 브라질의 레오나르두가 한 때 엔네레 애용자였다.
비스콘티는 1993년~1996년까지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활약한 공격수 겸 미드필더다. 로리오 센트럴 시절 아르헨티나 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한 바 있는 비스콘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10번을 단 적이 있을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다. 1993년 마리노스에 입단한 비스콘티는 당시, 팀 공격의 핵으로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아 찼다. 그 무렵 요미우리 베르디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마리노스에는 1980년대 초, 아르헨티나 대표팀 스트라이커였던 라몬 디아스와 일본 대표팀 중앙 수비수 이하라 마사미 등이 소속돼 있었다.
당시 마리노스는 라몬 디아스와 비스콘티를 중심으로 공격 전술이 운용됐는데 1995년 J리그 전기 리그 우승과 챔피언 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이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1993년~1996년까지 마리노스에서 활약한 비스콘티는 통산 121경기/53골을 기록했다. 비스콘티는 이 기간 동안 엔네레 축구화를 착용했다.
또 한명의 엔네레 애용자는 레오나르두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 왼쪽 사이드백으로 활약했던 레오나르두는 미국 월드컵이 끝난 뒤 J리그 카시마 엔틀러스에 입단했다. 당시 레오나르두는 '하얀 펠레' 지쿠의 적극적인 권유로 엔틀러스행을 결정 지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왼쪽 사이드백으로 뛰었던 레오나르두였지만 엔틀러스에서는 스트라이커로 포진돼 수준 높은 기량을 과시하며 엔틀러스 서포터뿐 아니라 일본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빠른 스피드에 이은 호쾌한 돌파와 섬세한 발재간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1994년 9경기/7골을 기록한 레오나르두는 이듬 해인 1995년에 28경기/17골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1996년에도 12경기/6골을 기록한 레오나르두는 시즌 중에 프랑스 파리 상제르망으로 이적했다. 레오나르두가 엔틀러스에서 활약한 기간은 2년이 채 안됐지만 그가 남긴 기록(49시합/30골)과 여운은 대단했다.
미국 월드컵 때 미즈노 축구화를 착용했던 레오나르두는 엔틀러스에 입단한 후에는 엔네레 축구화를 신었다. 당시 J리그에서 엔네레 축구화를 착용한 선수는 비스콘티와 레오나르두 밖에 없었다. 비스콘티-레오나르두 이후에 엔네레를 애용하는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편집자주: 엔네레는 1980년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많은 팀의 용품을 공급했다. 삼프도리아, AC밀란, 라치오, AS로마, 나폴리, 포지아의 유니폼을 공급했고, 미국의 뉴욕 코스모폴리탄의 유니폼도 제작했다. 1990년대에는 가시마 엔틀러스와 우루과이 대표팀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현 회사명은 ‘엔네두에 스포츠 콜렉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