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 기자의 09년 5월 4일자 칼럼 '신이 만든 축구화, 미즈노' 편에서도 언급 됐듯이 미즈노의 역사는 백 년이 넘는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미즈노는 특히 최고 수준의 야구 용품을 생산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나 미즈노는 1980년대 초까지 나이키와 함께 축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브랜드로 인식돼 있었다.
그랬던 미즈노가 1985년에 수준급의 축구화 모렐리아를 생산해 냈다. 미즈노 모렐리아 축구화의 등장은 세계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모렐리아 축구화는 마크가 과거의 미즈노 스포츠화와 달랐다. 그 이전까지 야구화를 비롯한 모든 미즈노 스포츠화에는 MIZUNO 첫 글자인 'M'이 새겨져 있었으나 모렐리아 축구화에는 M이 아닌 날으는 새 모양이 새겨져 있었고 로고도 MIZUNO가 아닌 RUN BIRD로 바뀌었다.
세계적 선수 가운데 미즈노 축구화를 가장 먼저 착용한 선수는 브라질의 카레카였다. 카레카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미즈노 모렐리아 축구화를 착용하고 5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5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은 8강전에서 미셸 플라티니가 이끄는 프랑스에게 승부차기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이 대회에서 카레카의 활약은 눈부셨다. 카레카의 맹활약 덕분에 미즈노 모렐리아 축구화의 홍보 효과가 꽤 컸다.
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스트라이커 반열에 올라선 카레카는 1987년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해 디에고 마라도나와 콤비를 이뤄 1988-1989시즌 UEFA컵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 이듬 해인 1989-1990시즌 나폴리가 염원의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카레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도 참가했는데 당시 카레카는 네덜란드의 마르코 판 바스턴과 함께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주목을 받으며 대회 득점왕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브라질은 16강전에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에게 0-1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1990년 월드컵 때도 카레카는 변함없이 미즈노 축구화를 신고 뛰었다. 당시 카레카 뿐 아니라 둥가, 블랑코, 리카르두 로샤 등 브라질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 여러 명이 미즈노를 착용했다. 4년 후인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지난 대회 때 보다 더 많은 수의 선수들이 미즈노 축구화를 신었다. 특히 우승국인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중앙 수비수인 마르시아 산토스, 아우다이르, 레오나르두 등이 미즈노 축구화를 착용하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거치며 미즈노는 세계 축구화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됐고 현재는 아디다스-푸마-나이키-디아도라 등의 축구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즈노 모렐리아가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선수들과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적 스트라이커 카레카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볼 수 있다. 카레카는 미즈노 축구화의 선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