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매력적이다. 하나하나 떨어져 있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을 모아서 둘러보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올댓부츠>가 지난해에 이어 2010년에도 K리거의 축구화 특집을 준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 설문은 축구 전문잡지 <포포투> 7월호와 함께 진행됐다. 설문 내용은 간단했다. 착용하고 있는 실전용 축구화와 연습용 축구화를 써달라고 부탁했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축구화와 축구화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도 기재를 요청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총 인원은 148명이다. 이 중에서는 축구화 설문에 응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집계 방식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한 선수가 실전과 연습에 같은 축구화를 신는다면 한 표를 갖지만, 만약 다른 축구화를 신는다면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특이 한 것은 지난해 보다 실전과 연습에서 다른 축구화를 신는 선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변화가 없다. 나이키가 92표로 1위를 차지했고, 미즈노가 33표로 2위, 아디다스가 32표로 3위에 올랐다. 푸마는 13표로 4위를 기록했다. 5위에는 새로운 브랜드 로또(3표)가 올랐다. 지난해 5위였던 아식스는 디아도라와 함께 공동 6위 자라에 앉았다.
한편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아디다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2위 미즈노에 16표나 떨어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한 표차로 따라붙었다. 아디다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더욱더 기세를 타고 있어 2위 탈환도 멀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한 업체의 매출 장부를 입수한 결과 아디다스가 최근 3달 동안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이키, 베이퍼 인기로 굳건한 1위
나이키의 질주를 막을 자는 없었다. K리거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나이키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총 176표 중에서 나이키가 차지한 표는 92표, 52%에 달하는 놀라운 수치다. 적극적인 스타 마케팅과 물량 공세는 선수들에게도 먹혀 들어갔다.
물론 이유 없는 질주는 없다. 나이키는 베이퍼 시리즈의 힘을 입었다. 선수들은 가볍고 날렵한 베이퍼에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베이퍼 시리즈(베이퍼6, 베이퍼5, 슈퍼플라이)는 무려 49표를 받았다. 베이퍼의 공격적인 성향과 K리그의 성향이 일맥상통하는 탓이다.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선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미즈노의 수성, 아디다스의 약진
‘신이 만든 축구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미즈노는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2위를 지켰다. 선수들은 “정말 편안하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전히 미즈노의 맨발감각, 경량성, 유연성을 힘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즈노는 지난해에 비해 조금 주춤하는 모습도 분명히 노출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공략에 조금은 힘이 빠졌다.
아디다스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축구화 종가로서의 자존심을 많이 회복했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고 축구화로 선정된 F50아디제로 때문에 힘을 많이 받았다. 설문조사 이후에 K리그에서도 아디제로를 착용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디다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위는 물론 1위까지 탈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1년에는 깜짝 놀랄만한 변화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조금씩 엿보이는 다양화의 조짐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지난번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브랜드의 진입이다. 로또와 디아도라는 처음으로 K리그 선수들의 간택을 받았다.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다양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있다. 선수들도 거대업체들의 제품과 작지만 기술이 좋은 업체들의 제품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