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드컵이 펼쳐진 1994년 여름 전세계적으로 아디다스 축구화 한 켤레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검은색 가죽에 흰색 라인 세 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디다스 축구화가 분명한데 기존의 축구화와는 전혀 다른 투박한 형태였기 때문에 선수와 팬 모두 의아해 했다. 그 축구화의 이름은 프레데터(Predator). 프레데터는 아디다스사가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맞춰 출시한 신병기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대회는 월드컵 사상 가장 수준이 낮은 대회로 평가 받았다. 그 무렵부터 축구 강국들은 전술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개인 기량 보다는 체력과 체격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했다. 브라질조차 이 대회에서 쓰리백을 사용하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로봇 시대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 총 득점 수는 115골(페널티킥 제외)이었다. 1경기 평균 득점은 2.21골.(참고: 1986년 멕시코 대회 총 득점 수는 254골)이 대회에서 0-0으로 끝난 경기는 5경기, 1-0으로 끝난 경기는 15경기였다. 그리고 양 팀의 합계 득점이 4점이 안된 경기도 9경기나 됐다.
대회 후, 당시 FIFA 사무국장이었던 제프 블레터(현 FIFA회장)는 “대회 방식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발언했을 정도로 FIFA 임원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이들은 월드컵에서의 득점력 저하가 축구라고 하는 스포츠의 매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졌다.
이후 FIFA는 경기 규칙의 개정을 발표했다. 우선, 오프사이드에 대한 룰을 완화했고, 골키퍼에게의 백패스도 금지시켰다. 이것은 곧, 공격수들에게 유리한 룰이었다. 아울러 FIFA가 득점력 증가를 목표로 해서 움직인 것이 볼과 축구화 등의 축구 용품이었다.
FIFA는 '선수가 슛을 때렸을 때 볼이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흔들리면서 날아가게 볼을 만들 수 없을까? 그리고 볼을 더욱 강하게 찰 수 있는 축구화를 만들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FIFA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FIFA는 독일 아디다스사에 새로운 용품의 개발을 주문했고 아디다스는 FIFA의 요청을 받고 즉시 연구에 착수했다.
그래서 탄생된 축구화가 바로 프레데터다. 프레데터 축구화는 한마디로 ‘득점을 늘리기 위해서 위해 만들어진 축구화’였다.
일반적으로 축구화는 캥거루 가죽과 소가죽을 사용해 제작하는데 프레데터는 앞 부분에 '프레데터 러버(Predator Rubber)'라고 불리우는 고무 소재를 부착했다. 그 고무의 반발력을 살려 킥을 좀더 강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무 부분을 생선의 비늘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볼과 축구화의 마찰계수를 높였다. 그 결과 킥을 했을 때 볼에 회전이 많이 걸리고 낙차도 컸다. 프레데터는 ‘득점 수를 늘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축구화’이자 ‘골키퍼를 울리는 축구화‘로 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