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축구화는 축구 마니아라면 다들 한 번씩은 꿈꾸는 물건이다. 물론 미즈노 제품은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제품이나, 가장 만족스러운 제품을 꼽으라면 많이 거론된다. 미즈노 모렐리아를 초기에 신었던 브라질의 축구 스타 카레카는 “신이 만든 축구화”라며 극찬을 하기도 했다.
<올댓부츠>가 어머 어마한 요금의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달려간 이유는 ‘신이 만든 축구화’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까만 밤을 날아서 오사카에 도착해 허겁지겁 짐을 풀고 잠을 청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즈노 본사로 향했다. 무인 모노레일의 종점쯤에 우뚝 솟은 미즈노 본사가 보였다.
약속 장소에 다다르니 익숙한 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한차례 만났던 미즈노의 한국담당 테츠야 타나카 씨였다. 타나카 씨는 어눌하지만 따뜻한 한국어로 “잘 오셨습니다. 오사카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본사 안으로 향했다. 방문증을 걸고 미즈노 개발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인터뷰 장소로 들어서니 개발자인 타구로 쿠와바라 씨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전에 인터뷰를 했던 야마구치 씨가 축구화를 꿈꾸는 기획자였다면, 쿠와바라 씨는 직접적으로 개발에 관여하는 기술자. 쿠와바라 씨는 야마구치 씨와 함께 웨이브 이그니터스 MD를 만들어낸 장본이었다. 그는 <올댓부츠>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쿠와바라 씨는 미즈노의 명성이 그저 쌓이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는 “미즈노에서 하나의 축구화를 만드는 데에는 2~3년이 걸린다. 대개 5명이 한 팀(개발자, 기획자, 디자인 담당, 자료 연구원, 책임자)이 돼서 지속적으로 일한다. 일단 하나의 가설을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과학적인 계측까지 병행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웨이브 이그니터스 MD도 치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쿠와바라 씨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 모든 득점의 반이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나오고, 격렬한 압박 때문에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줄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골키퍼나 수비수들이 예측하기 힘은 공의 궤적을 만드는 축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즈노의 개발 과정이 담긴 사진과 자료를 보여주면서 <올댓부츠>의 이해를 도왔다. 작은 축구화를 위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연구와 실험이 실시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축구화가 작은 우주라도 되는 듯 했다. 이런 과정들 때문에 한 제품의 개발에 2~3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전에 대한 미즈노의 작지만 절대로 작지 않은 배려였다. 미즈노가 축구화 개발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전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주로 자동차 충격 테스트에 사용하는 ‘더미(dummy)’를 사용한다. 더미의 가격은 가장 싼 것이 6~7천 만원이다. 이 값비싼 ‘인형’은 축구화를 신고, 선수들이 직접 공을 찰 때의 충격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쓰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웨이브 이그니터스 MD는 중족골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 됐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최근 중족골 부상이 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미즈노 개발팀은 중족골 보호를 위해 인공 뼈대 구실을 하는 구조물을 밑창 부분에 사용했다. 양쪽 힐컵의 높이가 다른 것도 부상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 모두 더미를 사용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바탕으로 연구한 덕분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사실에 입이 벌어진 <올댓부츠>를 향해 쿠와바라 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형이 조금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즈노는 선수가 수준 높은 플레이를 하도록 돕고, 안심하고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안전함 위에 미즈노의 세 가지 중점 요소인 ‘착용감, 맨발 감각, 유연성’이 단단하게 자리잡게 된다는 사실을 부연했다.
이렇게 작은 축구화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미즈노의 목표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미즈노는 현재 일본 축구화 시장에서 4위를 달리고 있는데, 3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야마구치 씨는 “일단은 3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물론 계속해서 좋은 품질의 축구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미즈노 본사 1층에 있는 ‘역사관’을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올댓부츠>를 이끈 타나카 씨는 “생각보다 미즈노에서 축구의 비중은 작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역사관에 전시된 축구 관련 용품은 오래된 축구화 한 족이었다. 하지만 미즈노 축구화의 존재감은 그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