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 일본만 가면 하루 종일 누비고 다녔던 곳이 있다. 바로 우에노(上野)역 근처에 있는 아메요코 시장이다. 아메요코는 재래시장인데, 일본의 남대문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왜 남대문 시장은 기웃거렸냐고? 바로 축구용품 때문이다. 아메요코 시장은 또 다른 축구인의 천국이다.
앞서 소개한 카모의 특징이 세련된 매장과 신제품이라면 아메요코 시장은 엄청난 물량과 가늠할 수 없는 제품의 폭이다. 진부한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아메요코에는 없는 것 빼고는 전부 다’있다. 매장의 구성도 거의 완벽하다. 갓 출시된 따끈따끈한 제품들이 마치 떨이 상품처럼 널려있는 매장부터 고가의 제품이 즐비한 가게가 공존한다.
아메요코의 터줏대감은 누가 뭐래도 ‘런던 스포츠’다. 사실 에디터는 런던 스포츠의 매장이 도대체 몇 개가 있는지 확실히 확인하지 못했다. 한 집 걸러 나란히 서있는 매장만 세 개 그리고 갑자기 지나가다가 마주친 매장까지 총 네 개만 확인했다. 물론 더 있을 가능성을 절대 배제할 수 없다.
‘런던 스포츠’ 매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드는 생각은 ‘이건 도대체 뭔가’이다. 제품들이 정말 산처럼 쌓여있다. 그 위에는 항시 ‘70%’ 혹은 ‘80%’ 세일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정품이라는 점이다.
제품의 다양성도 놀랍다. 장갑부터 유니폼 그리고 축구화와 트레이닝복까지 없는 것이 없다. 마치 아메요코시장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축구화 중에서는 아디다스 제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1년 정도 전에 출시된 제품들이 크게 할인돼 진열장에 걸려있다. 환율의 효과만 아니었으면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2005년 마지막 방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스포츠 주엔’도 인상적이었다. ‘스포츠 주엔’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제품들도 훌륭했다. ‘런던 스포츠’가 살짝 지난 제품들을 판매한다면 ‘스포츠 주엔’은 카모처럼 신제품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규모에 있어서는 오히려 카모보다 좋았다.
빽빽하게 진열된 제품들은 ‘스포츠 주엔’의 건실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곳에서 축구 용품을 구매하러 온 여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학생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매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했다. 물론 일본 스포츠 매장을 둘러보며 얻은 결론은 이것이 절대 생경한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앞의 두 매장과는 완벽하게 다른 분위기를 지닌 ‘월드 스포츠 플라자’다. 앞선 곳이 조금 허름하다면 ‘월드 스포츠 플라자’는 한 건물 전체를 차지하고 번지르르한 외관을 과시한다. 취급하는 종목도 많다. 농구, 야구 그리고 축구까지 세 가지 종목의 제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월드 스포츠 플라자’는 외관뿐만 아니라 제품도 조금 다르다. 고가의 제품들이 즐비하다. 한정판을 비롯해서 이름이 프린팅 돼 있는 유니폼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군침을 흘릴 정도로 제품군이 화려하다. 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가격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환율을 고려하면 크게 비싸지는 않지만 ‘행운’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다.
글을 맺는다. 여러모로 아메요코 시장은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 용품에 목마른 이들에게 천국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수 많은 제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꼭 구매하지 않아도 한 번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축구의 저변을 보고 싶다면 아메요코 시장을 꼭 한 번 둘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