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화 기행 도중에 <올댓부츠>의 눈에 포착된 것은 한국과 다른, 아니 한국을 앞서가는 일련의 문화였다. 바로 퍼스널라이징(Personalizing, 개인화)였다. 작게는 축구화나 옷에 자수나 프린팅을 하거나 아예 축구화나 옷을 자신의 취향대로 만드는 것들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자연스러운 경향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막 <두사커>와 같은 업체가 주도하며 퍼스널라이징 시장이 눈을 뜨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도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영국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에 있는 나이키 타운 축구 매장에 가면 구매한 축구화에 바로 원하는 이름이나 엠블럼을 자수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오매불망 국내 도입을 기다린다는 유명한 NIKE iD다. 전에는 선수들의 축구화에만 허락됐던 자수의 손길을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명성에 걸맞게 매우 많은 이들이 제품을 맡기고,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접수하던 직원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건이 많아서 오늘(당시 목요일) 맡기면 다음 주 화요일에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축구화뿐만 아니라 팀 유니폼과 티셔츠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할 수 있다는 정보도 전해줬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매장 한구석에 마련된 정체불명의 방이다. 이방 안에는 축구화가 무수히 많이 걸려 있는데, 이것은 모두 각기 다른 치수와 발 볼을 가진 견본이다. ‘NIKE iD BOOT ROOM’이라고 쓰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담당 직원이 반긴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여기서는 자신의 발뿐만 아니라 색상과 재질 그리고 디자인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만드는 ‘나만의 축구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직원은 이 작업장은 약 1년 전에 만들어졌고 하루에 총 8명의 고객을 상담할 수 있는데, 예상보다 훨씬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나만의 축구화를 만드는 총 가격이 200파운드(약 40만 원)이라는 고가인 것을 고려해볼 때 얼마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이런 조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단 이러한 인기는 나이키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아디다스의 Mi Adidas도 유럽에서 많은 동호인의 주머니를 축내고 있다.
비단 나이키 타운뿐만 아니라 경기장과 함께 있는 구단 공식 기념품 판매장에서도 퍼스널라이징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올댓부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 볼튼, 아스널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 경기장과 공식 기념품 판매장을 방문했는데, 모든 곳에서 바로 유니폼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원하는 선수 이름은 물론이고 어떤 이름이라도 새길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견 똑같아 보이는 축구화나 유니폼이지만 이름이나 문구 그리고 엠블럼이 들어가면 금세 ‘나만의 물건’으로 바꾸는 것이 퍼스널라이징의 위력이다. 그리고 유럽 사람들은 퍼스널라이징을 통해 기성품에도 자신의 개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올댓부츠>는 한국에서는 미력하게 느꼈던 그 바람을 유럽 현지에서 확실하게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