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서경축구화가 대세였어요. 당시 친구들 대부분은 상가 시장에서 파는 서경축구화를 신었죠. 친구들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갖고 있었으니까요. 저도 처음엔 그걸 신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그 좋다는 키카축구화를 사오신 거에요. 지금으로 따지면 서경축구화가 9천원이라면 키카축구화는 3만원이었죠. 그만큼 비싸고 좋은 축구화였어요. 그래서 키카축구화를 신고 있으면 ‘야, 제 대단하구나’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축구화하니 생각나는데 축구 선수들이라면 으레 그렇겠지만 저도 축구화에 대한 징크스가 있어요. 특정한 축구화를 신고 경기를 뛰었는데 경기에서 져버리면 다음엔 그 축구화를 신기가 꺼려지는 그런 징크스요. 처음 딱 신었을 때 느낌이 안 좋고 나랑 안 맞다 싶은 게 있거든요.
반면 어떤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갔는데 이기면 다음에도 그 축구화만 신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행운의 축구화인 셈이죠. 그래서 2005년 인천이 승승장구 했을 땐 축구화가 떨어져도 바꾸지 않고 계속 신었어요. 당시엔 스폰서가 없어서 나이키 축구화를 사서 신었는데 징크스 때문에 떨어진 축구화를 계속 신고 또 신었죠. 그러다 한 번 지면 그때서야 축구화를 바꾸곤 했어요.
요즘 들어선 미즈노 축구화를 신고 있어요. 시합용과 연습용까지 한 시즌에만 10켤레 이상을 신는 것 같아요. 지금 선수들 추세를 봐도 옛날엔 아디다스를 많이 신었는데 요새는 나이키랑 미즈노를 많이 신더라고요. 지금 신고 있는 건 수비 전용 축구화(*편집자주: 웨이브 블레이드)에요. 미즈노 축구화는 일단 가죽이 좋으니깐 발이 편해요. 그래서 즐겨 신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