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역시절에 가장 선호했던 브랜드는 디아도라였습니다. 포항에 있을 때는 거의 디아도라 축구화만 신고 뛰었어요. 일단 가죽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발에 딱 맞을 뿐 아니라 편안한 느낌으로 신을 수 있는 축구화였습니다. 한때 N사에서 광범위하게 선수들과 스폰서 계약을 맺으려고 했는데, 그때도 저는 축구화만큼은 디아도라를 고집했을 정도죠.
관련된 에피소드라면 브라질로 전지훈련 갔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전지훈련을 갈 때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축구화를 챙깁니다. 저도 브라질로 떠나기 전 이탈리아에서 갖고 온 디아도라 새 축구화를 몇 켤레 챙겨서 떠났죠. 그런데 하필이면 전훈 기간 내내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거예요. 비가 내리는 데 연습경기를 하는 일정이 계속됐어요. 신기한 건, 비올 때 신었던 신발을 말려서 다시 신으면 완전히 새 축구화 같았다는 겁니다. 그때 착용감이 너무 좋아서 그 축구화를 일년 넘도록 신었던 적이 있어요.
그 즈음 디아도라가 한국에 브랜드를 런칭하고 매장들도 막 생겼던 것 같아요. 로베르토 바지오가 방한 경기를 갖고 들르기도 했죠. 뒤져보면 어딘가에 바지오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을 겁니다.(웃음)
저는 투박한 느낌의 축구화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제가 신었던 축구화는 당시로는 꽤 샤프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너무 가벼운 정도는 아니었고요.
축구화가 경량화 추세를 보이면서 부상이 잦아진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축구화 소재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는 가죽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발이 밀리는 일은 없었는데, 요즘은 가죽이 아니어서 발이 밀리고 뼈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에 따라서도 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