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우승을 거머쥔 나이키의 강세는 ‘개인전’에서도 이어졌다. K-리거들이 선택한 축구화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 것은 나이키의 ‘기함(旗艦)’ 머큐리얼 베이퍼 시리즈다. 총 서른 명의 선수가 ‘매끈한 우주선’을 착용하고 있었다.
보기 좋은 축구화가 발 맛도 좋다
머큐리얼 베이퍼의 강세는 일종의 경향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랑크 리베리 그리고 디디에 드로그바가 신는 베이퍼 시리즈는 선택 받은 선수만이 신을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게다가 마치 스프린트화를 신은 듯한 가벼운 느낌과 원활한 방향 전환은 공격수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미드필더들도 마찬가지다. 이을용(강원), 한태유(서울)도 이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디자인의 힘도 크다.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예쁘고 튀는 축구화를 찾기 마련이고, 머큐리얼 베이퍼는 그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잡았다. 선수들이 총 천연색으로 빛나는 머큐리얼 베이퍼를 신고 달리면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기 쉽다. 애용자인 이청용은 “내가 원하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 좋다. 가볍고 코팅돼있는 축구화가 좋다”며 사용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미즈노의 기술은 강하다
2위는 재야의 강자로 알려진 미즈노의 모렐리아 웨이브 MD(이하 모렐리아 웨이브)가 차지했다. 미즈노의 안정적인 기술력에 ‘공격 성향’을 탑재한 모렐리아 웨이브는 일부 선수들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축구화. 지난 여름 대구FC를 취재차 방문했을 때, 연습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던 일이 있다. 과반수가 넘는 선수들이 모렐리아 웨이브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렐리아 웨이브는 고향인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기있는 모델은 아니지만 한국 성향에는 딱 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드필드 플레이를 즐기는 일본 선수들은 클래식한 축구화를 선호하지만 골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한국 선수들은 좀 더 공격적인 축구화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제는 은퇴를 선언한 ‘패스의 황제’ 고종수도 마지막 시즌에 이 제품을 착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축구화들의 선전
3위는 벌써 열 번째 변신을 예고하고 있는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시리즈가 차지했다.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 등이 착용했던 이 모델은 가장 충직한 축구화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축구화들은 정통을 벗어나는 달음질을 칠 때 프레데터 시리즈는 우직하게 자신들의 길을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델은 미드필드에서 우직한 플레이를 펼치는 이호(성남)같은 선수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이다.
‘박지성을 축구화’로 불리는 나이키 티엠포 레전드2와 ‘루니 축구화’ 나이키 토탈 90도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나이키 축구화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가죽을 자랑하는 티엠포 레전드2는 부드러운 착용감을 선호하는 선수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약관의 에이스 기성용도 이 제품을 착용하고 있고, 울산의 핵 오장은도 티엠포 레전드2를 애용하고 있다. 토탈 90 시리즈는 이영표 선수가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아래를 살펴보면 재미있게도 6위를 차지한 푸마 V-Speed 시리즈를 제외하면 거의 전통적인 클래식 축구화들이 선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즈노 모렐리아2와 아디다스 아디퓨어2 그리고 푸마 레저버, 미즈노 웨이브컵 등은 모두 특별한 기술을 탑재하기 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충실한 기본을 따르고 있는 축구화다. 역시 아무리 좋은 제품도 발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K-리그, 다양성은 떨어져
조사를 마치며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K-리거들의 축구화는 다양성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옆 나라 일본의 J리그만해도 거의 50종류의 축구화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국의 많아야 20종류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국내 선수들이 축구화를 선택하는데 개인적인 기호와 브랜드의 힘이 거의 비슷하게 작용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