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하면 아버지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축구를 하는 내내 아버지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거든요. 제 위로 누님 두 분이 계시는데, 외아들이어서인지 아버지가 제게 쏟는 정성과 기대가 크셨던 것 같아요. 항상 남들보다 더 좋은 축구용품을 챙겨주셨죠.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어요. 처음 신었던 축구화 브랜드는 ‘리복’이었고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체육사에서 ‘키카’를 사 신었던 당시로서는 굉장히 고가의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리복 축구화는 처음 신은 후로는 다시 안 사게 됐어요. 축구화 전문 브랜드가 아니어서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는 친구들과 똑같이 체육사에서 키카를 사 신었죠.
어렸을 때부터 축구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새 축구화를 보면 그렇게 갖고 싶을 수가 없더라고요. 새 축구화가 나올 때마다 아버지를 조르곤 했어요. 그런데 정말 좋은 축구화는 성인용(250mm 이상)만 나오거든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발이 작은 편이었어요. 그러니 새 축구화를 사도 실제로 신고 뛸 수는 없었던 거죠. 집에 ‘모셔놓기만’ 했던 축구화가 몇 켤레 됐어요. 그래도 아들이 새 축구화를 보면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하니까 아버지가 못이기는 척 사 주셨죠. 그때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훈련이 없는 주말마다 집(파주)에 가면 ‘전시용’ 축구화들을 신어보고 발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한 번 선택한 축구화를 계속 신는 스타일이에요. 지금 신고 있는 축구화는 나이키 베이퍼예요. 신었을 때 발이 편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는 축구화를 좋아해요. 축구화 중에서도 내 발이랑 딱 하나가 되는 느낌인 게 있거든요. 베이퍼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축구화가 아니어서(편집자 주- 나이키 스킨으로 제작) 잘 늘어나지 않아요. 축구화가 늘어나거나 발 모양에 따라 변형되면 금방 바꿔야 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좋죠. 코팅처리가 돼 있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비가 와도 축구화 속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으니 직접 신고 뛰는 입장에서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고 보니 환경에 따라서도 축구화에 대한 기억이 달라지네요. 예전에 맨땅이나 효창운동장(인조구장)에서 뛸 때는 축구화 ‘코’가 자주 벗겨졌던 것 같은데, 요즘은 더 이상 그럴 일이 없잖아요. 그때는 슈팅을 자주 하면 축구화 앞 부분 가죽이 다 벗겨지고 구멍이 나기도 했거든요. 구두약으로 색깔을 덧칠하기도 하고 구멍 난 부분을 테이프로 붙여놓기도 했죠. 지금은 축구화들이 워낙 좋게 만들어지는데다 잔디에서 축구를 하니까 뽕이 닳지도 않고 코가 빠지는 일도 없죠. 축구화가 가벼워진 것도 좋고요. 하지만 이 이상 가벼워질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