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축구화는 시장표였어요. 5천원 정도 했었는데 항상 신고 다녔죠. 학교갈 때도 신고, 교실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는 운동장에 나올 때 다시 축구화를 신었어요.
그러던 즈음, 당시로서는 꿈의 축구화인 키카의 K777을 신게 됐어요.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저희 부모님은 아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흔쾌히 허락하셨거든요. 그게 상당히 비쌌어요. 당시 유일하게 ‘검은 뽕(스터드)’이 있었고요. 다른건 전부 흰 스터드였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아껴 신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시합에만 신고 나갔고, 시합 때도 비오면 안 신었어요. 이제는 구두약을 발라서 관리하는 축구화가 없지만, 그 때는 구두약으로 까맣게 잘 칠해서 사물함 위에 딱 올려놨어요. 보물 모시듯 아꼈죠.
제가 (설)기현이 형하고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는데요. 형은 집 형편이 안좋아서 감독님이 축구화도 사주고 그랬어요. 그리고 그 때는 형이 워낙 말랐어요. 키는 지금처럼 컸는데 너무 말라서 휘청휘청 거렸어요. 상상이 안되죠? 그래도 형은 정말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성공하게 된거죠.
지금 신고 있는 축구화는 나이키의 머큐리얼 베이퍼2 모델이에요. 지금은 단종됐는데 예전에 구해놨던 것을 꺼내 신고 있어요. 그나마 하나 밖에 남지 않았죠. 제가 칼 발에다가 스피드를 이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날렵한 축구화를 좋아해요. 머큐리얼 베이퍼 시리즈 중에서도 그 모델이 가장 좋아요.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소위 ‘명품 축구화’로 통한다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누구 주지도 않고 잘 챙겨놨죠. 축구화를 받아오면 부모님이 저도 모르게 막 줘버리는데 이것만은 절대 사수했어요. 이제 남은 한 족은 시합 때만 신을 예정이에요. 축구화는 뽕이 생명이거든요. 올 시즌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