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약 6년 동안 키카를 신었어요. 처음에는 노란 ‘뽕’이 들어간 3만 원짜리 축구화를 신었어요. 그 때는 축구화의 기능, 편리성 같은 건 모를 때였죠. 축구화와 기량을 연결시키지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축구화가 달라지면 경기도 달라진다는 걸 느꼈어요. 그 때는 나이키를 신었어요. 대학 때는 제가 나이키와 처음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그리고 고려대가 나이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나이키 축구화를 계속 신었어요.
저는 좀 무겁거나 투박한 느낌의 축구화는 못 신어요. 제가 스피드를 요하는 축구를 하기도 하고, 또 대표팀에서는 전문 킥커로서 프리킥을 차잖아요. 그래서 스피드를 향상 시키고 예리함을 가질 수 있는 축구화를 좋아해요. 맨발로 차는 느낌이 나는 축구화라고 해야 하나? 맨발로 공을 다루고 프리킥을 차면 잘 맞거든요. 그래서 얇고, 가벼운 느낌의 축구화, 발바닥이 밀착되는 축구화를 좋아해요. 나이키 제품으로 말하자면 베이퍼(VAPOR). 그 제품만 8년을 신었어요. 물론 다치면 크게 다칠 수 있죠.
제가 제일 아끼는 축구화는 고등학교 2~3학년 때 신었던 나이키 축구화예요. 오래 신을수록 빛나는 축구화예요. 축구화 밑창의 나이키 로고가 닳으면서 색깔이 변해요. 저희 고등학교가 고려대랑 연습 게임을 많이 했는데, 당시 그 축구화 신고 골키퍼도 막지 못하는 슈팅을 많이 때렸는데, 덕분에 제가 고려대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키에서 토탈90 레이저가 나오면서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밑창이 강화되면서 약간 딱딱하고 유연성이 없는 축구화가 됐어요. 계약이 돼 있어서 불편해도 신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이전 제품을 미국에까지 수소문해서 찾아 신었죠. 용품을 바꾸었던 이유 중 하나도 축구화가 맞지 않아서였어요.
새로 나온 푸마 제품을 신고 네덜란드 첫 선발 출장할 때 신고 나갔어요. 저는 축구화 감각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데 새 축구화를 신자마자 나간 거예요. 프로 생활하면서 쇠창 축구화를 신고 첫 시합을 나간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프리킥이나 슈팅을 때려도 이상이 없더라고요. 약간 크기 조절만 된다면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선수 입장에서 8년 동안 신었던 축구화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데 괜찮더라고요.
축구를 즐기는 분들은 축구화를 고를 때, 유명 선수들이 신는 축구화를 유심히 보는 것도 좋아요. 축구화에 민감한 사람들이고, 많은 고민 끝에 고르거든요."
이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