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의 3천 원짜리 축구화
2009.05.21 18:13:19


"축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랑 같이 신발 가게에 가서 축구화를 샀어요. 축구화만 파는 곳도 아니었고, 축구화 전문 회사가 만든 축구화도 아니었어요. 이름없는 3천 원짜리 축구화였죠. 그런데 첫 훈련 때 신발끈을 묶는데, 축구화의 혀 부분이 확 뽑히는 거예요. 당시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죠. 그래도 기분은 무지 좋았어요.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었으니까요. 그 이후 어렸을 때 축구를 하면서는 키카 축구화를 줄곧 신었어요. 아디다스보다는 비싸지 않고. 또, 팀에서 1년에 한 번씩 나오는 축구화가 바로 키카 축구화였거든요.

저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나이키와 계약이 돼 있어서 꽤 오랫동안 나이키를 신어서 그런지 지금은 다른 축구화를 신지 못하겠어요. 벨기에 안더레흐트에 있을 때는 팀 전체가 아디다스와 계약이 돼 있어서 신발까지 아디다스를 신어야 했는데 적응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너무 무거워서 못 신겠더라고요. 지금이야 개인 스폰서를 받으니까 상관 없지만 그 때는 좀 힘들었어요. 현재 신고 있는 축구화는 나이키 베이퍼(VAPOR)예요. 제 발이 칼발인데, 그러다 보니 베이퍼가 발에 잘 맞아요. 영표 형이 신는 축구화도 나이키인데 무게가 좀 있어요. 제가 신으면 길이는 맞는데 폭이 안 맞아요.

제가 가장 아끼는 축구화는 2002년 월드컵 때 나이키에서 받은 축구화예요. 당시 나이키가 각 나라마다 대표 선수를 선정해서 축구화를 제공했는데, 저하고 영표 형이 그걸 받았어요. 그 때 받은 게 베이퍼 한정판이었어요. 그 축구화를 신고 이탈리아 전에서 동점골을 넣었어요. 지금 제가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축구화예요.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축구화를 고를 때는 비싸고 싸고를 떠나서 자기 발에 편한 걸 고르세요. 축구 경기를 하면서 모든 정신을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축구화때문에 정신이 혼란스러우면 안돼요. 그냥 자기 발에 편한 걸 고르면 됩니다."

이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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