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 칼럼 첫 편의 주제가 ‘발’이라는 것에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을 걸로 안다. 하지만, 발과 발목이 첫 번째로 나와야 할 당연한 이유가 있다. 바로 축구화에 대한 이해나 선택에 앞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본질’이기 때문이다. 축구화는 발을 보호하면서 기능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는 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다.
발은 인체의 가장 말단에 있는 기관이다. 물론, 관심에서도 가장 멀리 있다. 하지만, 발은 오묘한 기관이다. 서른 개에 가까운 뼈, 다양한 인대와 근육을 갖추고 무게를 지탱하는 동시에 전신을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게다가 축구 선수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거대한 압력과 피로골절의 상관관계
무게 분산이 가능한 무릎이나 허리, 어깨, 엉덩이 등과 다르게 발은 한 사람의 체중을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 일반인이 100m를 걸어갈 때는 1.2t짜리 트럭 하나를 끌고 가는 정도의 힘을 받는다. 달리기를 할 때는 걷는 때보다 3배 가량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한다. 축구 선수가 90분 경기에서 달리는 거리는 포지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9~10km에 이른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발은 거의 360t 이상의 압력을 받는 셈이다.
이러한 거대한 압력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부상은 피로골절이다. 허리와 발목, 손가락 등 다양한 부위에서 피로골절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발에서는 주로 새끼발가락 피로 골절로 나타난다. 방향을 트는 동작에서 발바닥의 측면에 힘이 몰리며 새끼발가락에 과다한 무게가 실리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뼈에 무리가 가게 되어 피로골절이 나타나는 것이다.
박지성이 대단한 이유
오랫동안 발로 공을 다뤄온 축구 선수들에게는 요족, 즉 아치(발바닥에 움푹 패인 부분)가 높은 발이 많다. 아치가 높아질수록 지렛대 역할을 해 주면서 발의 앞쪽으로 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커진다. 반면 아치가 낮고 발바닥이 평평한 평발의 경우 추진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쉽게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평발을 가진 선수들은 대개 프로축구선수로 성장하기 힘들고, 중고등학교까지의 중간 과정에서 탈락하기 마련이다. 평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월등한 장점을 지난 선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특유의 성실하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한국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주가를 구가하고 있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더욱 특별해진다.
평발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특수 깔창을 사용하고 소근육 운동을 병행한다.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거나 공깃돌과 같이 작은 물질을 발가락으로 잡아서 움직이며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축구화 선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축구화를 선택할 때, 물론 자신의 발 모양에 맞는 축구화를 고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안전과 지속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을지병원의 이경태 박사는 족부정형외과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스포츠 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국내 스포츠계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발 전문가’다. 현재 FC서울과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축구전문지 <포포투> 2008년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축구화 선택 기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축구화가 너무 가벼운 건 안 좋아요. 일정한 보호를 해줄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함이 있어야 하고, 견고하면서도 가볍다면 좋겠죠. 통기성도 좋고 견고하면서 가벼울 수 있다면 최고겠죠. 스터드의 위치도 중요해요. 연구에 의하면 스터드 위치에 따라 피로골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축구화를 살 때는 특별히 다섯 번째 발가락 근처에 있는 위치가 피로골절이 생길 여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중요하죠.”
그는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축구화 선택이 분명히 달라야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보통 축구화를 딱 맞게 신잖아요. 감을 좋게 한다고 발에 딱 맞춰 신는데, 안 좋아요. 그런데 또 선수들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저는 조금 큰 것, 너무 딱 맞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축구화가 중요하냐?’고 생각했던 분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축구화의 역사와 진화 그리고 제품들의 소개에 앞서 발에 대한 내용을 내보낸 것도 ‘나의 몸은 소중하다’라는 명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몸을 망치지 않고 즐거운 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지식과 몸을 아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회에는 발만큼이나 중요한 발목에 대한 모든 것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