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 선택의 왕도는 없다

축구화 전문 기자(?)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축구화가 가장 좋나요? 새로 나온 모델이 좋나요? 아니면 클래식 축구화가 좋나요?”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제품의 홍수를 생각한다면, 매우 철학적인 질문인 동시에 전혀 특별하지 않은 질문이다.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이 축구화도 특색이 있고, 각자에게 맞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를 업으로 삼는 선수들을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일단 첨단 과학기술로 탄생한 새로운 축구화가 쏟아져 나오지만 고전적인 모델을 선호하는 선수 유형이 있다. 전북 현대의 최철순과 성남에서 뛰었던 모따는 올드 모델인 ‘코파문디알’을 선호하는 선수. 최철순은 “코파문디알이 가장 안정적이다. 새로 나온 축구화는 스터드 배열이 달라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FC서울의 데얀과 아디도 미즈노의 고전 모델을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전적인 축구화를 선호하는 선수도 있지만, 새로운 축구화를 즐기는 선수들도 많다. FC서울의 김치우도 그 중 한 명. “축구화는 새로운 모델이 더 좋다. 새 모델은 더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김치우와 같은 유형으로는 성남의 한동원과 볼턴으로 떠난 이청용이 있다. 이 두 선수는 신는 모델은 다르지만 매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그것에 따른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최신 축구화를 신는 선수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 고전적인 모델과 최신 모델 사이에 서있는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천수. 프리킥을 차기 위해 기다리는 이천수의 사진을 보면 그는 거의 같은 축구화를 착용하고 있다. 이천수는 후속모델이 나온 후에도 ‘머큐리얼 베이퍼 2’를 착용하고 많은 경기에 나섰다. 이천수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그 모델이 가장 발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정경호도 같은 모델을 손호하기로 유명하다. 이영표도 비슷한 경우다. 이영표도 ‘에어줌 토탈 90 슈프리머시’라는 제품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결국 답은 없다. 선수들의 경우를 봐도 축구화 선택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사람마다 족형이 모두 다르고 선호하는 포지션과 경기 유형이 있기 때문에 축구화 선택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괜한 고민으로 인터넷을 뒤지거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축구화 선택의 왕도를 꼽으라면 단 한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신어보라는 것이다.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더라도 신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축구화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없다.

08월17일

한국 축구화 역사의 산 증인 박항서

우리는 정신 축구화 신었다. 정신 축구화 알고 있나? 우리 때는 서경, 정신 축구화를 거의 다 신었지. 당시에는 아디다스하고 푸마가 유명했는데, 아디다스가 더 좋았다.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디다스 축구화를 밀수해서 들어오고 그랬거든. 외국하고 시합 나가서 사 들어 오던지 배타는 사람들이 나가면 부탁하고 그랬다. 아는 분 중에 외양선 타는 분이 있어서 주로 그 쪽에 부탁을 했다. 그 때는 미즈노, 나이키도 없었다. (: 최강희 감독은 아식스를 주로 신었다던데?) 에이 뻥치고 있어. 아식스가 7년 가까이 대표팀 스폰서를 하기도 했다. 다른 축구화보다 좀 가벼웠다. 그런데 그것은 나이가 좀 들었을 때고 이야기고, 최 감독이 젊었을 때는 아식스가 안나왔다. 물론 일본가면 아식스 사러 가고 그랬다. 7년 가까이 아식스가 스폰서를 했다. 나이키는 90년 대에만 하더라도 신지도 않았다. 프로스펙스도 시장에 나오면서 선수들에게 많이 물건을 대주면서 신어보라 했는데도 신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키가 갑자기 투자를 하면서 품질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동기 중에 유태목(현 성남 일화 부단장)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뽕(스터드)을 정말 잘 깎았다. 당시에는 뽕을 사가면 정신 축구화에서 못으로 박아줬는데, 그 친구는 손재주가 좋아서 파는 것보다 더 잘 만들었다. 나중에 한 번 가서 꼭 물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요즘에는 축구화가 이렇게 좋은데 왜 그 정도 실력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스트레칭도 없었다. 국민체조하고 아스팔트 위를 뛰었다. 피로골절이라는 것은 알지도 못했지. 요즘 선수들은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떨어진 것 같다.

08월12일

정통(正統)과 이단(異端)

현역 시절 오베라트와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 귄터 네처다. 네처는 독일이 낳은 불세출의 판타지스타로서 그의 패스는 \'cm 단위의 패스\'로 불리었다. 1972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유럽컵에서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네처는 탁월한 경기 조율로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 대회 준결승전이 독일VS잉글랜드전이었다. 장소는 웸블리 구장. 그 날 독일이 고든 뱅크스와 보비 무어가 버틴 잉글랜드를 3대1로 완파했는데 네처가 군계일학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 경기는 독일 축구 사상 처음으로 적지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한 것이기에 의미는 남달랐다. 그러나 2년 후, 자국에서 개최된 74년 독일 월드컵에서 네처는 오베라트에게 밀려 동독전에만 출전하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지키는 설움을 당했다. 당시 독일 대표팀 헬무트 쉔 감독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창조성(네처)\'이 아닌 \'기동력(오베라트)\'을 택했다. 비록 네처가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오베라트에게 뒤지지만 클럽에서의 활약 및 빅타이틀 우승 횟수는 오베라트를 압도한다. 네처는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었고, 소속팀인 보르시아MG와 레알 마드리드 등 에서는 푸마 축구화를 신었다. 덧. 베켄바워가 전성기가 지난 후인 77~80, 83년에 미국 뉴욕 코스모스 클럽에서 뛴 적이 있는데 그 무렵 간간히 나이키 축구화를 신은 걸로 기억된다. 필자인 김유석은 어린 시절 수없이 효창 운동장 담벼락을 넘었던 진정한 사커 키드다. 모두 대통령을 꿈꾸던 시절 홀로 차범근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이가 바로 그다. 축구를 풍성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08월10일

프리시즌이면 터지는 축구화 전쟁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로는 ‘존 테리 파동’을 들 수 있다. 테리는 엄브로의 전속 계약 모델로 이번에 새로 출시된 스페셜리를 신고 멋진 광고 사진을 찍은 인물. 하지만 테리는 지난 7월 말 미국에서 열린 인터 밀란과의 경기에서 놀랍게도 아디다스의 아디퓨어 2(검은색-흰색)을 신고 나섰다. 경기를 지켜보던 에디터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디다스에서 거액을 들여 테리를 영입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하지만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영국의 축구화 전문사이트 는 엄브로 쪽의 공식 반응을 정했다. 뉴 스페셜리로의 교체가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습 때 신던 축구화를 신게 됐다는 것이다. 엄브로 측에서는 불을 재빨리 끄기 위해서 “우리는 직접 테리와 충분한 대화을 나눴으며 이제부터는 뉴 스페셜리를 신고 경기에 나설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짐짓 즐거운 눈치다. 아디다스는 “테리가 왜 아디퓨어2를 신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제품은 매우 좋은 클래식 가죽 축구화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도 양상은 비슷했을 것이다. 한 쪽의 마케팅 담당자는 진땀을 흘리며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여유 있는 미소를 흘렸을 것이다. 비슷한 경우에 모 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그는 “그런건 어떻게 봤어요.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당혹감을 표시했었다. 유럽의 이적시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축구화 제조사들의 축구화 전쟁도 한창이다. 과연 이번 여름 축구화 자유 계약으로 풀린 선수들과 대어급 선수들은 어떤 축구화를 신게 될까? 당사자들은 속이 타겠지만, 우리는 축구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08월04일

스타들의 축구화를 찾아서

호나우두 아디다스가 독점하다시피 한 세계 축구 시장에 미국의 거대 브랜드 나이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의 유니폼 스폰서를 맡더니 1990년대 후반 세계 최고의 스타였던 호나우두와 손을 잡았다. 호나우두는 나이키의 최신 모델이었던 머큐리얼2.1을 신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나섰다. 4골을 넣은 호나우두의 활약 속에 브라질은 결승전에 진출, 통산 4번째 우승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호나우두가 부진하며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지네딘 지단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개최국 프랑스에 우승을 안겨준 지단이었다. 지단은 아디다스가 월드컵을 대비해 야심차게 준비한 엑셀레이터를 신고 경기장을 누볐다. 중원에서의 마술 같은 플레이를 펼친 지단은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2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고 프랑스는 환호했다. 지단의 활약에 아디다스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신세기와 함께 세계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른 호날두. 공격의 어느 곳을 맡겨도 모든 것을 소화하는 그의 플레이. 향후 10년간 세계 축구는 호날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호날두는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만개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통산 16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나이키의 머큐리얼 베이퍼 III는 그런 호날두의 플레이에 힘을 보탰다. 카카 카카는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흐를 수상하며 현 세대 최고의 축구 선수 자리에 올랐다. 분명 그가 최고라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카카는 미래형 공격수의 표본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항상 자신이 애정을 갖고 신는 아디다스의 아디퓨어와 함께한 그는,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클럽 월드컵까지 거머쥐며 세계 3대 축구제전에서 모두 트로피를 올린 선수로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07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