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행운의 남색 아디다스 축구화"

\"저는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축구를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 수영을 했거든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도 축구를 하고 싶었고, 한 달이었나? 부모님께 계속 축구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더라. 아버지가 축구화를 하나 사오셨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축구를 하게 됐죠. 그때 아버지께서 사오셨던 축구화가 키카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 첫 번째 축구화였죠. (웃음) 그 뒤로 많은 축구화를 신었어요. 그 중에서도 작년에 아시안컵에 나가기 전 아디다스에서 제작한 축구화를 가장 아끼고 있어요. 그 축구화에는 제 이름과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는데 한 번도 신지도 않고 잘 모셔두고 있죠. 사실 아시안컵에 나갔을 때 그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뛰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시합하기 며칠 전에 축구화를 받아서 안 신기로 했죠.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새 축구화로 갈아 신으면 발이 적응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아시안컵에서는 그전에 신었던 발에 익숙한 축구화를 신고 나갔어요. 그러고 보니 새 축구화와는 안 좋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네요.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제가 승부차기를 실축했어요. 결과는 뭐 다들 아실거고요.(웃음) 그 때 비가 와서 새 축구화를 신고 나갔어요. 계속 신던 축구화는 가죽이 흐믈흐믈해서 비를 맞으면 늘어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새 축구화를 신었죠. 그렇지만 발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승부차기를 할 때 잘못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아디다스에서 나온 남색 축구화가 있는데 그 축구화만 신으면 골이 잘 들어갔어요. 그래서 에이전트한테 그 축구화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죠. 저는 제 발이 평발에 가까워서 신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축구화를 많이 찾았죠. 편안하고 축구화 가죽을 만졌을 때는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걸로요. 그리고 축구화의 무게도 주의 깊게 선택해요. 요즘 나오는 축구화들은 가벼운 제품들이 많은데 저는 너무 가볍거나 반대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 축구화는 싫어해요. 어느 정도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축구화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축구화를 선택할 때 질감을 우선적으로 봐요. 발등을 엄지로 문질러 확인한 뒤 부드럽게 느껴지는 제품을 선호하죠. 팬들께서도 축구화를 고르실 때 저처럼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지금 신고 있는 축구화도 부드럽고 발이 굉장히 편해요. 이전에 신은 축구화는 딱딱한 느낌인 많았는데 이번에 새로 신고 있는 것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죠.\" 김성진 기자

05월18일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이천수의 축구화

\"축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약 6년 동안 키카를 신었어요. 처음에는 노란 ‘뽕’이 들어간 3만 원짜리 축구화를 신었어요. 그 때는 축구화의 기능, 편리성 같은 건 모를 때였죠. 축구화와 기량을 연결시키지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축구화가 달라지면 경기도 달라진다는 걸 느꼈어요. 그 때는 나이키를 신었어요. 대학 때는 제가 나이키와 처음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그리고 고려대가 나이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나이키 축구화를 계속 신었어요. 저는 좀 무겁거나 투박한 느낌의 축구화는 못 신어요. 제가 스피드를 요하는 축구를 하기도 하고, 또 대표팀에서는 전문 킥커로서 프리킥을 차잖아요. 그래서 스피드를 향상 시키고 예리함을 가질 수 있는 축구화를 좋아해요. 맨발로 차는 느낌이 나는 축구화라고 해야 하나? 맨발로 공을 다루고 프리킥을 차면 잘 맞거든요. 그래서 얇고, 가벼운 느낌의 축구화, 발바닥이 밀착되는 축구화를 좋아해요. 나이키 제품으로 말하자면 베이퍼(VAPOR). 그 제품만 8년을 신었어요. 물론 다치면 크게 다칠 수 있죠. 제가 제일 아끼는 축구화는 고등학교 2~3학년 때 신었던 나이키 축구화예요. 오래 신을수록 빛나는 축구화예요. 축구화 밑창의 나이키 로고가 닳으면서 색깔이 변해요. 저희 고등학교가 고려대랑 연습 게임을 많이 했는데, 당시 그 축구화 신고 골키퍼도 막지 못하는 슈팅을 많이 때렸는데, 덕분에 제가 고려대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키에서 토탈90 레이저가 나오면서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밑창이 강화되면서 약간 딱딱하고 유연성이 없는 축구화가 됐어요. 계약이 돼 있어서 불편해도 신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이전 제품을 미국에까지 수소문해서 찾아 신었죠. 용품을 바꾸었던 이유 중 하나도 축구화가 맞지 않아서였어요. 새로 나온 푸마 제품을 신고 네덜란드 첫 선발 출장할 때 신고 나갔어요. 저는 축구화 감각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데 새 축구화를 신자마자 나간 거예요. 프로 생활하면서 쇠창 축구화를 신고 첫 시합을 나간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프리킥이나 슈팅을 때려도 이상이 없더라고요. 약간 크기 조절만 된다면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선수 입장에서 8년 동안 신었던 축구화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데 괜찮더라고요. 축구를 즐기는 분들은 축구화를 고를 때, 유명 선수들이 신는 축구화를 유심히 보는 것도 좋아요. 축구화에 민감한 사람들이고, 많은 고민 끝에 고르거든요.\" 이민선 기자

05월18일

설기현의 3천 원짜리 축구화

\"축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랑 같이 신발 가게에 가서 축구화를 샀어요. 축구화만 파는 곳도 아니었고, 축구화 전문 회사가 만든 축구화도 아니었어요. 이름없는 3천 원짜리 축구화였죠. 그런데 첫 훈련 때 신발끈을 묶는데, 축구화의 혀 부분이 확 뽑히는 거예요. 당시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죠. 그래도 기분은 무지 좋았어요.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었으니까요. 그 이후 어렸을 때 축구를 하면서는 키카 축구화를 줄곧 신었어요. 아디다스보다는 비싸지 않고. 또, 팀에서 1년에 한 번씩 나오는 축구화가 바로 키카 축구화였거든요. 저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나이키와 계약이 돼 있어서 꽤 오랫동안 나이키를 신어서 그런지 지금은 다른 축구화를 신지 못하겠어요. 벨기에 안더레흐트에 있을 때는 팀 전체가 아디다스와 계약이 돼 있어서 신발까지 아디다스를 신어야 했는데 적응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너무 무거워서 못 신겠더라고요. 지금이야 개인 스폰서를 받으니까 상관 없지만 그 때는 좀 힘들었어요. 현재 신고 있는 축구화는 나이키 베이퍼(VAPOR)예요. 제 발이 칼발인데, 그러다 보니 베이퍼가 발에 잘 맞아요. 영표 형이 신는 축구화도 나이키인데 무게가 좀 있어요. 제가 신으면 길이는 맞는데 폭이 안 맞아요. 제가 가장 아끼는 축구화는 2002년 월드컵 때 나이키에서 받은 축구화예요. 당시 나이키가 각 나라마다 대표 선수를 선정해서 축구화를 제공했는데, 저하고 영표 형이 그걸 받았어요. 그 때 받은 게 베이퍼 한정판이었어요. 그 축구화를 신고 이탈리아 전에서 동점골을 넣었어요. 지금 제가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축구화예요.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축구화를 고를 때는 비싸고 싸고를 떠나서 자기 발에 편한 걸 고르세요. 축구 경기를 하면서 모든 정신을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축구화때문에 정신이 혼란스러우면 안돼요. 그냥 자기 발에 편한 걸 고르면 됩니다.\" 이민선 기자

05월18일

축구화 세계를 관통하는 '3의 법칙'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축구화를 모두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축구화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3의 법칙’을 알고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어도 \'80점\' 정도는 맞을 수 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냐고? 먼저 스터드부터 시작하자. 축구화 스터드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에는 TF, VT, TT, MG 스터드도 예외적인 제품군도 출시된다) 일단 SG(SOFT GROUND). SG는 주로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재질의 금속스터드로 일명 ‘쇠뽕’이라 불리고 접지력이 가장 우수하며, 부드럽고 무른 잔디 운동장에 적합하다.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해야하는 골키퍼들은 거의 이 \'쇠뽕\'을 착용하고, 수중전에서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필드 플레이어들도 사용한다. SG 축구화를 신고 맨땅에서 축구를 하면 발목에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다음은 FG(FIRM GROUND). FG 스터드는 플라스틱소재로 길고 얇다. 이는 조금 단단한 잔디 운동장과 무른 흙운동장에 적합하다. 한국 프로축구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터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HG(HARD GROUND)스터드는 가장 굵고 짧다. 학교 운동장과 같은 단단한 표면에 적합한 스터드로 일반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FG 축구화를 신고 거친 맨땅을 누빈 후, ‘왜 이리 스터드가 빨리 닳아. 불량품이구만!’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당장 HG 축구화로 갈아 신으시라. 다음은 축구화의 등급을 살펴보자. 21세기 들어 출시된 축구화는 거의 3등급(상급, 중급, 하급. 물론, 한 등급만 나오는 축구화도 있다)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3등급의 모델들은 거의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다. 상급 모델은 그야말로 최고의 제품. 최적의 경량성을 갖추고 소재도 가장 좋다. 가끔은 밑창의 생김새가 다른 경우도 있다. 물론, 가격의 차이도 있다. 중급, 하급 모델은 앞서 언급한 기능이 조금 떨어진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선수들은 거의 최상급 모델을 착용한다.(리오넬 메시는 중간 모델을 착용하기도 한다) \'전차 대장\' 미하엘 발락이 유로 2008 에서 신고 나왔던 축구화는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파워스워브’다. 파워스워브는 상급 모델이고, 중급 모델로는 엡솔리온 파워스워브, 하급 모델은 엡솔라도 파워스워브다. 잉글랜드의 축구신동 웨인 루니가 착용하는 나이키의 TOTAL 90 레이져는 TOTAL 90 스트라이커와 TOTAL 90 슛이라는 하위 모델을 가지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만 그런 것 아니냐고? 의심 많은 분들을 위해 푸마의 예를 들어보자. 첼시의 니콜라 아넬카가 신는 모델은 V1.08이다. V1.08은 V3.08, V5.08이라는 하위모델을 가지고 있다. 자, 이제 신기한 ‘3’의 나라 종착역에 도착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축구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흐름을 함께 둘러봤다. 복잡해 보이던 축구화의 세계가 한결 간편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광활한 축구화 대륙을 횡단하려면 끝없는 호기심과 학습이 필요하다. 이 시간에도 새로운 축구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내용에 들어맞지 않는 ‘예외적인’ 축구화도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05월18일

축구화의 진화, '보호장비에서 첨단 과학으로'

아디다스의 성공은 축구화 발전에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다른 스포츠용품사들도 축구화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여러 회사의 연구개발로 축구화는 다시 한 번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1960년대 들어 현대적인 축구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재부터 변화가 있었다. 나일론 소재와 두꺼운 가죽 일색이었던 축구화 외피에 질 좋은 합성피혁과 소가죽 그리고 캥거루가죽이 등장했다. 소재가 변하자 착용감이 좋아 섬세한 트래핑에 도움이 됐다. 스터드의 형태와 배치도 많이 변했다. 스터드는 과학적인 실험과 계산을 통해 길이와 위치가 결정됐다. 1980년대, 2세대 축구화 기술은 정점에 이른다. 아디다스가 1982년 만들어져 아직까지 사랑 받고 있는 명작 ‘코파문디알’은 \'2세대 축구화 기술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세기 말, 축구화는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제2의 혁명기를 맞이한다. 축구용품 회사들은 과학자들을 연구원으로 고용하며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고, 유명 축구선수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3세대 축구화는 견고함과 안정성을 발전시키면서도 경량화를 통해 자유롭고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축구화를 이상향으로 삼았다. 그 결과 가볍지만 내구성이 강한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고, 스터드의 모양과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한, 디자인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외양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색상도 매우 다양해졌고, 겉모양도 예뻐졌다. 그 결과 운동화보다 예쁜 축구화가 탄생했고, 축구화가 운동화로 재탄생 하는 일도 생겨났다. 축구화는 보호장비로 태어났지만, 이제 아무도 축구화를 보호장비로 생각하지 않는다. 보호장비에서 과학으로 거듭난 것이다. 축구화는 첨단 과학의 집합체가 됐고, 지금 이순간에도 진보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제4세대 축구화의 탄생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05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