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포커스] 챔피언스리그 덕에 빛볼 '화려해진' 유로파리그
[스포탈코리아] 김지우 기자= 그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는 '별들의 잔치' UEFA 챔피언스리그에 가려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항상 관심 밖에 있었고 그들만의 리그로 불렸다. 그러나 올 시즌은 되려 챔피언스리그의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최종전을 끝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 라운드 일정이 끝이 났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아스널 등 올라갈 팀이 올라간 가운데 당초 예상을 뒤엎으며 16강 티켓을 차지한 이들도 있었다.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 겡크(벨기에)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예상치 못하게 조별 예선서 탈락의 아픔을 본 팀들도 있다. 가장 큰 충격은 B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다. 맨유는 볼프스부르크, 아인트호번, CSKA 모스크바와 한 족에 속했다.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지만 맨유의 16강행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쳤고, 결국 최종전 볼프스부르크 원정서 2-3으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CSKA 모스크바에는 앞서 유로파리그 티켓은 거머쥐었다.
G조에 속한 포르투갈의 강호 포르투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포르투는 첼시와 함께 디나모 키예프, 마카비 델 아비브(이스라엘)를 따돌리고 16강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다. 4차전까지 3승 1무를 기록하며 16강행에 8부 능선을 넘었다. 그런데 디나모 키에프와 첼시를 상대로 연이어 0-2 패배를 당했고 결국 승점 10점을 기록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승점 10점으로 16강행 열차에 타지 못한 팀은 포르투가 유일하다.
H조도 빼놓고 갈 수 없다. 뚜껑을 열어보니 180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16강행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였던 발렌시아와 리옹은 각각 3, 4위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제니트 5승 1무로 손쉽게 16강에 합류했고 겡트도 나머지 팀들을 압도하며 언더독의 반란을 준비 중이다. 게리 네빌 신임 감독 체제로 급하게 재편한 발렌시아는 유로파리그서 새 도전을 펼치게 됐다.
이밖에도 샤흐타르 도네츠크, 갈라타사라이, 세비야, 레버쿠젠, 올림피아코스가 3위에 그치며 유로파리그로 내려갔다. 모두 16강의 한 자리를 차지해도 어색하지 않은 팀들이다. 그러나 부진과 대진운 등이 따르지 않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자연스레 유로파리그는 예년에 비해 한층 화려해졌다. 아직 32강 진출팀이 모두 정해지지 않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흘러온 8팀으로도 충분히 빛이 난다. 더군다나 맨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축구 팬을 보유한 클럽 중 하나고,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2연패에 빛나는 절대 강호다. 샤흐타르와 갈라타사라이는 각각 우크라이나와 터키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어느 정도의 흥행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로파리그 32강 진출팀은 11일 새벽 열리는 조별 라운드 최종전으로 끝으로 결정된다.
▲유로파리그 32강 진출 확정팀
몰데, 리버풀, 크라스노다르, 도르트문트, 나폴리, 비야레알, 라피드 빈, 브라가, 라치오, 생테티엔, 바젤, 토트넘, 샬케 04, 스파르타 프라하, 아틀레틱 빌바오
#챔피언스리그 조별 라운드 3위
샤흐타르 도네츠크, 맨유, 갈라타사라이, 세비야, 레버쿠젠, 올림피아코스, 포르투, 발렌시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2월10일
[홍의택의 제대로축구] 포르투전만큼은 '우리가 알던' 첼시였다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과거의 영광까지 운운할 필요도 없다. 불과 7개월 전, 자국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그런데 올 시즌 15라운드 현재 14위다. 2014/2015 우승 당시 시즌을 통틀어 세 번밖에 지지 않았거늘, 이미 벌써 8패나 했다. '우리가 알던' 첼시가 아니었다.
그랬던 이들이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돌아왔다는 것이 긍정적이었다. 첼시는 10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G조 6라운드에서 포르투에 2-0으로 완승했다. 윌리안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간 순간 첼시도, 무리뉴도, 로만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첼시의 경기력은 올 시즌 들어 손에 꼽을 만큼 내용이 좋았다. 풀려 있는 듯한 나사를 바짝 조인 모습이었고, 팀 전체가 적절한 긴장감 속에 탄력 있게 움직였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비다. 9개월에 달하는 정규 리그가 아닌 바에야, 단기 대회는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강팀마저 속속 무너지는 판국에 이들의 지위를 유지해주는 것은 탄탄한 뒷문인 경우가 많다. 제 아무리 상대 골문을 뚫어내도, 우리 골문에 가해지는 타격을 피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안티 풋볼'이 튀어나온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첼시는 앞선에서부터 흐름을 장악했다. 코스타, 오스카, 아자르, 윌리안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인디-마이콘-마르카노 셋을 최후방에 둔 채 후방 빌드업을 하던 상대의 급소를 물었다. 포르투는 패스 활로를 분산하며 가능성을 높였으나, 한꺼번에 움직인 첼시의 접근 방식은 상대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래 캡처는 포르투가 겪은 당혹스러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는 볼 터치를 앞쪽으로 해두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공격의 속도를 올리기도, 패스의 강도를 높이기도 편하다. 하지만 마이콘은 오스카에게 걸릴 것을 염려해 또다시 뒤로 터치해뒀다. 그런 장면 다음에 나오는 백패스, 횡패스는 패스 개수만 늘려줄 뿐,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중앙에서 넘어온 횡패스가 약했다기보다는, 첼시 공격진의 충실한 압박을 칭찬할 만했다.
사방에서 방해가 이어지자, 온전히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상대 1선을 뚫어내면 마티치나 하미레스가 등 뒤에서 달라붙었다. 편한 자세로 볼을 받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며, 다음 패스를 이어갈 동료를 찾는 데도 힘겨웠다. 하릴없이 개인 기술을 쓰는 등 모험적인 플레이도 나오곤 했는데, 후방에서 이만큼 죄악시되는 행동도 없다.
포르투는 후퇴해 골키퍼 카시야스에게로 볼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비수들은 이미 상대 공격진에 잡힌 상황, 위기를 벗어나고자 롱킥을 시도한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은 중앙선 언저리다. 브라히미나 코로나를 향하지만, 첼시의 마티치, 존 테리, 주마 등이 호시탐탐 노린다. 개개인의 신장 면에서도, 볼 진행 궤적을 전방에서 바라보는 신체 방향도 첼시가 한결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지공에 맞선 안정감도 물론이다. 첼시는 측면 수비 아스필리쿠에타, 이바노비치가 제 자리를 지킨 경우가 많았다. 측면 뒷공간을 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 수비 또한 중심을 잘 잡았다. 그덕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측면을 커버하느라 넓게 움직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더욱이 윌리안 등이 내려와 분담하는 수비력도 그 재미가 쏠쏠했으니. 아래 캡처처럼 몸으로 비벼주면서 상대를 방해하면 주위에서 관망하던 마티치-하미레스가 쓸어담는 식의 모범적인 사례가 여럿 나왔다.
공격적인 작업도 빼어났다. 아자르의 패싱력이 살아나면서 원톱 코스타가 할 일도 한층 늘었다. 첼시와 포르투, 두 팀의 공격 무게감은 원톱의 유무에서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브라히미가 제로톱처럼 움직였던 포루투에 반해, 첼시는 코스타가 상대 수비를 두세 명씩 잡아놨다. 볼을 지키고, 연결하면서 2선 동료들이 가담할 시간을 벌고, 그 다음 상황을 연출했다(하단 캡처 참고).
그뿐 아니다. 코스타는 직접 공간을 창출해 볼을 따라 나가는 움직임도 탁월했다. 절묘하게 라인을 타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부쉈고, 속도를 붙여 돌진했다. 피니쉬에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가속도가 오른 상태로 완벽하게 터치하고, 임펙트를 주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러한 과정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윌리안의 골로 2-0 리드를 만든 뒤에는 더 쉬워졌다. 상대는 라인을 올렸고, 아자르의 개인 능력으로 뒷공간 털이에 나섰다. 보통 세트피스 수비 시, 발 빠른 공격수 한 명을 올려 역습의 첨병으로 삼는 것과 유사했다. 아자르는 지체없이 패스를 건네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직접 욕심을 내기도 했다. 골포스트를 맞춘 것이 개인적으로는 두고두고 아쉬울 상황이었다.
문제는 연속성이다. 흐름을 이어가 리그에서도 반등하느냐가 관건이다. 무리뉴 감독은 14라운드 토트넘전 무승부 직후 "지금 경기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앞으로 10경기 연속 무패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고대했던 12월을 AFC 본머스전 패배로 시작했다.
리그는 10위권 밖에서 놀면서 챔피언스리그는 8강 넘어 4강, 그리고 우승까지 노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2011/2012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처럼 EPL에서도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춰야 추진력 얻기가 수월할 터.
이번 주말 상대는 '리그 선두' 레스터 시티다. 재밌는 한 판이 되지 않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POTV 중계화면 캡처
12월10일
‘16강 탈락’ 맨유, 레전드의 ‘눈물’ 잊지마라
[스포탈코리아] 김다솔 기자= “평균적인 팀이 평균적인 경기력으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조에 편성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폴 스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였던 폴 스콜스가 비통에 잠기며 눈물을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팀의 후방을 책임졌던 리오 퍼디난드도 착잡하긴 마찬가지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고지를 밟는데 실패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을 비롯한 맨유 선수단, 팀의 ‘전설’들은 모두 허탈함과 충격에 휩싸였다.
맨유는 볼프스부르크(이하 볼프스)와의 조별리그 6차전경기에서 2-3 패배를 당했다. 맨유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해당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챙겼어야했다. 하지만 맨유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은 결국 16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스콜스와 퍼디난드는 경기 후 영국 ‘BT 스포르트’를 통해 맨유의 16강 탈락이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생각을 표출했다. 두 사람 옆엔 리버풀과 맨유를 동시거친 마이클 오언도 자리를 함께했다.
맨유의 레전드들은 팀의 문제점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들은 예년만 못한 전력, 창의력이 부족한 공격 작업과정, ‘킬러본능’ 부족으로 인한 빈약한 결정력 등을 문제 삼으며 팀의 현실을 한탄했다.
탄탄한 수비, 빈약한 공격
2015/16시즌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장, 단점이 확실한 팀이다. 그들은 단단하고 견고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15라운드가 끝난 현재 리그에서 10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적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그들의 상대로 득점을 올리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을 상대로 골을 허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맨유는 현재 리그에서 20득점에 성공했다. 경기당 1.5득점에 성공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들이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는 공격력이다.
그들의 상황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맨유는 볼프스와의 6차전을 치르기 전까지 5득점, 4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당 딱 1득점에 성공했으며 0.8득점을 실점한다는 이야기다. 즉, 그들의 ‘빈공’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경기
아이러니 하게도 단점으로 지적받던 답답한 공격력을 어느 정도 해소하니 장점으로 꼽혔던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볼프스전 경기 자체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앙토니 마르시알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16강 진출 희망의 불을 지폈다. 그리고 맨유는 쉴 틈 없이 볼프스의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역으로 맨유는 볼프스의 날카로움에 크게 당황했다. 막스 크루제와 율리안 드락슬러, 비에이리냐, 안드레 슈얼레로 갖춰진 공격진은 매서웠고 위력적이었다. 결국 EPL 최강으로 평가 받던 수비진은 3골을 헌납했다. 그들이 올 시즌 3실점을 한 것은 지난 아스널과의 리그 8라운드 이 후 처음있는 일이다.
판 할 감독은 볼프스전을 앞둔 기자회견을 통해 “득점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반드시 16강에는 진출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는 것은 많지 않다. 판 할 감독은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유로파리그를 준비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잊지 말아야할 레전드의 눈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맨유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남은 리그와 FA컵에 집중해 모두가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둬야한다. 그것 말곤 챔피언스리그 16강 불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평소 스콜스는 판 할 감독을 비롯해 맨유 선수단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콜스가 뱉었던 일련의 ‘독설’들은 결코 팀에 해가 되라고 했던 발언들이 아니다. ‘독설’의 강도만큼 팀을 사랑하고 팀의 성공을 바란다는 이야기다.
남은 시즌 동안 맨유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창출해야한다. 그리고 절대 레전드가 흘렸던 눈물을 잊지 말아야하며 가슴 속에 담아야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BT 스포르트 영상 캡쳐
12월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