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틸리케 감독 시리아전 후 기자회견 전문
[ 슈틸리케 감독 시리아전 후 기자회견 전문 ]
■ 시리아전에 대한 소감은.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전반 4분 만에 선제 득점하면서 안정적 운영을 기대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패스 연결 등 원하는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시리아가 거칠게 나온 데 대한 대응이 안 된 것이 원인이다. 후반전에는 더 투지 있게 하면서 살아났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긴 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행운이 따른 승리였다. 중국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처럼 축구란 것이 운이 따라줘야 한다. 승점 3점을 따내 순위를 유지하면서 자력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 고명진을 측면에 배치했다.
"고명진이 왼발잡이라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다. 볼을 잡았을 때 안으로 잘라 들어오면서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황희찬에게 연결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직전 경기를 분석한 결과, 우리는 깊이가 없는 축구를 했다. 그래서 그 뒷공간을 노리고자 했다. 하지만 전반 25분~30분 정도 지나면서 상대가 살아났고, 기성용 옆에 고명진을 두면서 중원을 단단하게 했다. "
■ 카타르-우즈벡 원정에 대한 우려가 큰데.
"다음 경기가 카타르전이다. 오늘 어렵게 승리했기에 한숨 고르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려 한다.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소집을 길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전술적인 부분을 여유 있게 준비해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홈에서도 좋지 않았던 경기력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설기현, 차두리 등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합류해서 큰 일을 해주고 있다. 팀을 모아놓고 며칠간 훈련할 때, 웜업이 끝나면 기술적, 전술적 부분을 병행하게 된다. 연계 플레이, 액션을 거친 마무리까지 가는 과정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 선수 기량이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한두 명의 선수가 안 좋다면 나머지 선수들로 극복이 가능한데, 오늘은 공격 쪽에서 일부 선수들이 안 좋았다. 볼을 쉽게 잘리면서 수비적으로도 힘들어졌다. 수비 부분은 전체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숨 고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떤 대안이 있는지 항상 찾으러 다니고 있고,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 있기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것이다"
■ 4-1-4-1, 4-2-3-1 등 포메이션 변경이 잦았다. 또, 침투 동작이 지나치게 많았다.
"포메이션이 바뀌어 헷갈릴 수 있었겠지만, 그런 부분을 시리아에 보여주려 했다. 고명진을 측면에 배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우리가 4-2-3-1로 플레이하는 거처럼 보이게 했다. 이후 3~4분 지난 뒤 고명진을 오른쪽 윙어로 올리려 했다. 라커룸에서 이미 합의를 했다. 이후 4-1-4-1로 경기를 하려 했으나, 문제점이 나타나 다시 고명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겼다. 경기 중 전술적 보완이 필요했기에 변화를 주게 됐다. 예전에는 전술 변화가 없다고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엔 자주 변화를 준 데 논란이 있는 것 같다"
"공격진의 움직임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히 본 것 같다. 침투하는 움직임이 많이 나왔지, 라인 사이에 내려와서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은 부족했다. 뒷공간으로 가려는 롱볼이 많이 나왔는데, 상대 수비가 걷어내기 편할 수 있었다. 분석해 보완할 것이다"
■ 월드컵 본선 진출의 현실적인 가능성 어떻게 보는가.
"이미 경기를 하기 전에 '어렵다', '졌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우리가 진 경기도 비긴 경기도 있었지만, 이란 원정을 빼고는 그래도 잘 준비해 원하는 플레이를 했다. 중요한 건 이 순위를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다. 예선을 진행하면 할수록 월드컵 본선과 가까워지고 있다. 동기 유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축구에서 상대 전적이나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전도 압도적 전적을 갖고 했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란전도 우리가 전적에서는 안 좋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03월29일
[이천수 칼럼] 히딩크와 슈틸리케의 결정적 차이
[이천수 칼럼] 히딩크와 슈틸리케의 결정적 차이
한국 대표팀이 중국전에서 0-1로 패한 이후 "상대가 스리톱을 가동했는데 내가 포백 외에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되묻고 싶다"고 말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봤다.
당황스러웠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언론에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외부 요인에만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중국전 이후 모습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이는 감독이 스스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 나타내는 어법이자 현상이다.
내 기억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달랐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언론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현재 슈틸리케 못지않게 강한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다르게 대응했다. 언론 위에서 내려다보며 미리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인터뷰에 나서기 전에는 코칭스태프와 국내 언론담당관, 해외 언론담당관 및 코디네이터였던 얀 롤프스와 상의했던 기억이 난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은 그냥 감독을 믿고 훈련에만 집중하면 됐다.
이게 바로 감독의 '장악 능력'이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에게 직접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래야 할 때와 그러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뭔가 다르게 선수들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선수들도 감독의 인터뷰를 챙겨 본다.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겠는가? 나 같으면 솔직히 정이 떨어졌을 것 같다. '소리아 발언' 이후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 월드컵 멤버 형들(차두리·설기현)을 데려왔다.
하지만 형들도 뒤늦게 들어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피해가 큰 나라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면 그만 아닌가.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내 후배들에게 월드컵은 앞날이 걸린 일이다.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이와 동시에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지 못할 거면 스스로 그만두는 게 맞다.
히딩크 감독은 나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긴장감과 절실함을 주려고 억지로 대표팀에 뽑지 않았고, 일부러 경기에 투입하지 않기도 했다. 화도 났지만, 자꾸 승부욕이 생겼다. 그래서 선수 생활 말년까지 어떻게든 대표팀에 가 보려고 했다. 결국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마지막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정말 입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에는 그런 게 없다. 당연히 뽑히고, 당연히 뛰는 선수가 있다. 결코 선수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런 분위기는 감독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아는 몇몇의 선수들은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뽑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표팀을 간절한 자리로 만들어야 하는 데 본인의 자리 유지로만 생각하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속마음이 그러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그렇게 보인다면 문제 아닌가.
선수들이 소속팀 활약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뽑히다 보면 적응을 해서 안주하게 된다. '당연히 뽑히고, 뛴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은 당연해지면 안 된다. 치열한 전쟁터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오니 새로운 선수가 뽑히고, 출전해서 열심히 뛰지 않나. 이 경기는 리피 감독의 전술이 통한 것도 있지만, 리피 감독이 만들어 낸 중국 선수들의 정신적 승리라고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이제 시리아전이다. 과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술적인 부분에는 기대하지 않겠다. 2차 예선에서 대승을 거뒀을 때에도 색깔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이겨야 할 팀을 이겼을 뿐이다. 이게 최종예선 6번째 경기까지 이어졌다. 시리아전에서는 결과라도 가져와야 한다. 패스 경기는 안 해도 된다. 점유율이 높지 않아도 된다. '뻥축구'를 해도 좋다.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얼마 전에 일본 대표팀 경기를 봤다. 한국이 과거에 했던, 한국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 그런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었다. 상대 선수와 부딪치고 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특유의 패스 위주로 예쁘게 공을 차는 장면에서 많이 변화한 모습이 보였다. 누가 그렇게 바꿔 놓았을까. 바히드 할리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이다. 감독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한국도 시리아전을 통해 이런 모습을 되찾고,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선수들도 중국에 0-1로 져서 충격이 클 것이다. 이란 원정이야 선배들도 쭉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한 선배들은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한국이 질 이유가 없는 팀이었다. 선수들도 분명 느낀 게 있고 바꾸려고 할 것이다. 선수 스스로 각오를 다진다고 해서 팀 전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그 역할은 감독의 몫이다.
천수형님의 승부욕은 정말 대단했었죠...
03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