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지우 기자= 당초 주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행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무리뉴가 맨유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맨유도 무리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처럼 오피셜이 뜨지 않고 있다. 루이스 판 할 감독 체제에 지칠대로 지쳐 오매불망 무리뉴의 부임을 기다리고 있던 맨유 팬들은 다소 김이 빠진 상태다. 박싱데이를 1무 1패로 마무리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통산 최저 승점을 기록한 현 시점에서도 교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판 할 체제가 이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맨유가 무리뉴 감독 선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무리뉴의 지도력은 인정하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성격, 줄곧 선수단과 불화를 일으켰던 전례 등이 맨유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영국 '데일리 메일'는 감독 선임 등 팀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에드 우드워드 맨유 부회장이 올 시즌까지는 판 할 감독을 믿고 갈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무리뉴의 특성에 부담감을 느껴 시간을 갖고 시즌 종료 후 새 사령탑을 데려온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맨유는 전통성을 중시하는 클럽이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앞을 보고 팀을 장기적으로 꾸릴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후임으로 데이비드 모예스와 6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판 할 감독에게도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준 맨유다.
무리뉴는 이 부분에서 걸린다. 단기적으로 성적을 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장기적으로 팀을 만들어가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2000년 벤피카를 통해 감독 생활을 시작한 무리뉴는 단 한 차례도 3년 이상 팀을 맡아본 적이 없다. 특히 첼시 부임 첫 시절과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올해 다시 3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지휘봉을 내려놓은 무리뉴다.
또한 무리뉴는 레알과 첼시서 연이어 주축 선수들과 불화설을 겪었다. 레알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 이케르 카시야스 등과 마찰을 빚었고, 첼시에서는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 등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퍼거슨이 25년 넘게 선수단을 꽉 잡고 있었던 맨유 입장에서 감독과 선수의 불화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무리뉴가 유망주 기용에 인색하다는 점도 맨유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맨유는 유소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클럽으로 유명하다. 이미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등 유스 출신의 자원들로 큰 성공을 이뤘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팀을 이끌 재목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맨유다.
반면 무리뉴는 첼시 시절부터 줄곧 유망주들의 1군 입성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왔다. 무작정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옳지 못하며 그들도 똑같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자연스레 무리뉴 체제 아래서 어린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거나 팀을 완전히 떠나야 했다.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축구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캐러거도 이런 이유들을 언급하며 "무리뉴는 맨유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맨유 출신의 리오 퍼디난드는 오히려 내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을 펩 과르디올라의 선임을 추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유력한 후보는 무리뉴다. 판 할의 성적 부진이 계속되고 여론이 더욱 악화된다면 구단 수뇌부들은 반드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선임이 가장 수월한 무리뉴를 데려올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맨유가 무리뉴 선임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판 할 체제의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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