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유럽 내 주요 리그가 휴식기에 돌입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지난 21일(이하 한국 시각)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바르셀로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레알 마드리드도 잠시 쉬면서 충전한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낸 뒤 31일부터 재차 우승 경쟁을 벌인다.
독일 분데스리가도 마찬가지다. 19~21일에 걸친 라운드를 끝으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내달 23일 리그를 재개하는 이들은 약 한 달 정도 쉬면서 예열한다. 짧은 휴가와 함께 전지훈련을 계획한다. 코리안 분데스리거도 이에 맞춰 귀국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등이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홍명보 자선 축구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그 외 이탈리아 세리에A는 21일 경기 뒤 내달 6일까지, 프랑스 리그 앙 역시 21일 경기 뒤 내달 10일까지 각각 2주 이상 쉰다.
하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지금부터 지독한 순위 경쟁을 시작한다.
12월 셋째 주 17라운드를 마친 이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더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한다. 27일, 29일, 내달 3일, 그리고 바로 FA컵 일정에 직면한다. 사흘이 채 안 되는 간격으로 세 경기씩 치른다. 경기 수가 몰린 이 시기를 기점으로 후반기 운명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가벼이 볼 수도 없다.
이는 숱한 비판과 마주했다. 주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EPL에서 뛰는 선수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독일이나 스페인 선수들은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잉글랜드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 단지 축구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루이스 판 할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48시간 내 신체가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EPL의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정 속에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거스 포옛 전 선덜랜드 감독(현 AEK 아테네 감독) 역시 "미친 스케쥴이다"라며 불만을 보탰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지치지 않는 활동량으로 매력을 어필해온 웨인 루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루니는 "선수들이 박싱데이 일정 탓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면서 "결국엔 경기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토로한 바 있다.
여기에 필립 네빌까지 나서서 거들었다. 1994년 맨유에서 데뷔해 263경기를 소화했으며, 2005년부터 에버턴에서 242경기를 뛴 뒤 은퇴한 그는 박싱데이를 무려 19차례 보낸 산 증인이다. 지난 6월부터 스페인으로 옮겨가 현재 친형 게리 네빌과 함께 발렌시아를 이끌고 있는 그 또한 조소를 보냈다.
네빌은 23일(한국 시각) 영국 '더 선'을 통해 "겨울 휴식기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EPL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시기에 쉬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 선'은 "주요 리그 중에는 EPL만 크리스마스 휴식기를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싱데이는 EPL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으로 꼽혀왔다. 12월 말부터 지옥의 일정을 보낸 EPL 주요 클럽은 2월 들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토너먼트 일정을 재개한다.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로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 해마다 도마 위에 올랐지만, 오랫동안 유지돼온 전통은 쉬이 깨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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