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게 비지떡? 중저가 축구화가 뜬다
2011.04.22 20:52:48


패션 브랜드 자라와 H&M, 유니클로, 가구업체 이케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멋있으면서도 가격이 싼 제품, 이른바 '칩 시크(cheap-chic)' 상품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업체들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으로 양분화되어 가던 축구화 시장에서도 칩 시크 상품은 품질, 디자인,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칩 시크 상품의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올댓부츠> 테스터로서 자의든타의든(?) 고가 제품에 발이 길들여져 있었던 필자의 생활 패턴도 변화가 생겼다.

대부분 인조잔디나 맨땅에서 볼을 차고 있는데 고가 축구화를 신으려니 내구성이 안따라주고 저가 축구화를 신으려니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실제 내 발과 영원을 약속했던 나이키 슈퍼플라이와 아디다스 아디제로는 오래가지 않아 숨을 거두었고 맨땅에서 차기 위해 구입했던 (중국 축구화 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은) 정체모를 싸구리 축구화는 어느새 과체중이 되어버린 내 육신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최근 여러 메이커에서 출시한 중저가 축구화, 이른바 칩 시크 상품을 접해보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디자인은 고가 제품군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고 몇몇 축구화는 형님보다 나은 착용감을 선보였다. 예전처럼 수박 겉핥기식의 출시가 아닌 고유의 특징과 장점을 공유하는 '페밀리 룩'의 느낌이 강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메이커는 바로 엄브로가 아닐까 싶다. 엔도 야스히토의 시그네이처 모델인 엄브로 악셀레이터 SJ III의 다운그레이드 제품인 엄브로 악셀레이터 라이트 SL를 신고 짜릿한 발맛을 느꼈던 필자는 엄브로 하위모델인 엄브로 GT CUP과 엄브로 스텔스 2 CUP를 두루 섭렸해봤는데 저가 이미지를 벗기에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다 주었다.

특히 축구화의 가운데와 뒷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균형을 잡아주는 옆면의 A자 프레임과 중창과 발목 지지 위해 제작된 이중 밀도의 Texon(택슨) 인솔의 구성은 고가 제품 부럽지 않은 스펙이 아닌가 싶었다. 발 앞부분의 탄력성과 뒤꿈치 안정성을 위한 TPU 겉창은 비록 유연성은 떨어졌지만 잦은 충돌과 어정쩡한 태클 타이밍으로 내구성의 한계점을 도달시키는 조기축구에서 오히려 강점을 발휘했다.

언제나 최고가 최선이 되지 않는다. 꿈에서는 벤틀리 컨티넨탈 GT과 함께 클럽을 누비는 쭉쭉빵빵 그녀가 최고일지도 몰라도 척박하고 냉혹한 현실에서는 또랑또랑하고 똑 부러지며 애교까지 겸비한 내 여자친구가 최선이다. 축구화도 마찬가지다. 고가 제품은 최고의 환경에서는 보물이지만 보통 동네 축구장에서는 애물단지가 되버리곤 한다. 세상엔 축구화말고도 고민거리가 많다. 필자와 같이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나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이라면 실용적이고 제법 '간지'도 뽐내는 중저가 축구화를 한 번쯤 구매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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