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행] 아디다스•푸마의 고향, 헤르초게나우라흐를 가다
2011.02.09 17:08:55


보는 행위는 불완전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단순히 바라보면 겉모습에 사로잡힐 뿐이다. 거창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스포츠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아디다스와 푸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한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재미있는 역사를 알면 보이는 게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뮌헨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리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전범 재판’이 열렸던 고도 뉘른베르크가 나온다. 뉘른베르크에서 다시 30분을 들어가면 헤르초게나우라흐(Herzogenaurach)와 만난다. 바로 이곳이 아디다스와 푸마의 고향이다. 잘 알려진 대로 아디다스와 푸마의 창시자는 친형제 간이다. 형인 루돌프 다슬러가 푸마를, 동생인 아돌프가 아디다스를 세웠다.

두 사람은 원래 함께 일했다. 1924년, 아돌프의 공방에 루돌프가 합류하면서 다슬러 형제 신발공장(Gebruder Dassler Schuhfabrik)이 세상에 태어났다. 두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급격하게 사이가 틀어졌고, 결국 1948년에 각자 아디다스와 푸마라는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헤르초게나우라흐라는 작은 마을은 지금도 아우라흐 강을 경계로 아디다스와 푸마로 ‘분단’돼 있다.

뉘른베르크에서 헤르초게나우라흐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거대한 아디다스 팩토리 아웃렛을 만나게 된다. 이 커다란 건물을 지나쳐 계속 달리면 왼편으로 푸마 본사가 위용을 드러낸다. 푸마 본사는 사무동 건물과 아웃렛 두 동으로 이뤄져 있다. 푸마 본사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돌아 달리면 이번에는 아디다스 본사의 낮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작은 도시에 세계적인 두 스포츠 브랜드가 공존하는 장면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제 두 집안의 자제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해묵은 감정은 없어졌지만, 한 때는 치열한 자존심 경쟁이 마을에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두 회사의 탄생과 경쟁을 생생하게 그린 ‘운동화 전쟁’의 저자 바바라 슈미트는 ‘다른 로고가 박힌 슬리퍼를 신은 사람들이 서로 주시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냉전은 끝났지만, 지금도 두 회사의 본사 풍경은 대조적이다. 푸마는 매우 현대적인 건물을 자랑한다. 큰 길가에 우뚝 선 본사는 산뜻한 색상에 감각적인 내부 구조를 자랑한다. 반면 아디다스 본사는 조금은 낡은 고풍스러운 건물을 중심으로 각 부분의 사업부들이 넓게 퍼져 있다. 물론 아디다스도 새로운 본사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본사의 분위기가 창업주들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형인 루돌프는 활달한 사업가였다. 동생의 신발을 들고 사람들을 찾아 영업하는 역할을 맡았고, 푸마 창립 후에도 스타 마케팅에 먼저 뛰어들었다. 아돌프는 장인이었다. 아돌프는 아디다스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후에도 운동장에서 선수들의 신발을 직접 고쳐주기도 했다.

두 회사의 본사에는 공통점도 있다. 브랜드 센터 한편에 모두 영광의 길(walk of fame)을 만들어 놨다. 마치 소리 없는 경쟁이라도 펼치듯 같은 이름을 걸고 영광의 기억을 아로새겼다. 아디다스 는 프란츠 베켄바워로부터 카카까지의 역사에 남겼고, 푸마 쪽에는 펠레와 마라도나 그리고 우사인 볼트가 환호한다.

현재는 아디다스가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포츠 브랜드이고, 유럽에서는 가장 큰 브랜드다. 물론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푸마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동생’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여느 작은 마을과 다를 게 없는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는 엄청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아디다스 본사에는 몇몇 한국인이 일한다. 독일 교포 출신들도 있고, 한국에서 넘어와 꿈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권민석 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아디다스 본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디다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 이건 몰랐지!
아디다스와 푸마는 모두 이름을 중도 변경했다. 아디다스는 아다스(addas)라는 이름으로, 루돌프 다슬러는 루다(RU-DA)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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