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프리스타일러 JK 전권
2010.02.19 16:09:46


마술사는 사람들을 속이는 낙으로 산다. 관객들의 의심을 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런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눈속임을 선보이며 박수 갈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마술의 속임수는 밝혀지게 되어있고 사람들은 이내 실망하게 된다. 그에 비하면 풋볼 프리스타일러계의 마술사 전권은 사람들을 실망시킬 일이 없다. 신발에 실을 연결하지도 않고, 특수재질로 만든 공을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전권은 그저 피나는 노력과 땀으로만 한국 최고의 풋볼 프리스타일러라는 칭호를 얻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던 전권이 처음으로 풋볼 프리스타일을 접하게 된 것은 중학생 때다. 우연히 TV 광고에 나온 호나우지뉴의 프리스타일 묘기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공으로도 묘기를 부릴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호나우지뉴가 선보인 개인기를 축구에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술을 연마했죠. 그러다 중등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프리스타일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프리스타일의 맛을 알기 시작한 뒤, 전권은 책보다는 공과 더 가까이 지냈다. 언제나 운동장 한편에서 공만 가지고 살았고, 집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권은 2004년에 �린 프라임묘기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이후로 각종 대회와 행사에 나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각종 방송에서 ‘이 신기한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남들은 안 믿을 수도 있지만 저는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프리스타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했죠. 선생님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했지만요(웃음).”

프리스타일계에서는 ‘타고난 재능’으로 평가받는 전권도 한국 최고의 풋볼 프리스타일러, 세계 2위 등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고된 훈련을 거쳤다. “어렸을 적부터 남들보다 공을 잘 찼던 걸로 봐도 타고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무 노력도 없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예요. 처음 프리스타일을 접할 때에는 하루에 8시간씩 맹훈련을 했습니다.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죠. 지금은 하루에 3~4시간씩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최대한 멋있는 자세가 나올 때까지 반복 훈련을 합니다. 체력보강을 위한 줄넘기 운동을 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있죠. 최근에는 해외 선수들의 동영상을 통해 얼굴과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도 같이 병행하고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성공을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공 하나만을 들고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트라팔가르 공원의 사자 동상 앞에서 공연 판을 벌였다. 구경꾼들이 던져준 돈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 달 동안 공연한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 세 달 동안 (권)혁부 형하고 함께 무작정 공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비자가 만료되기 직전에 운명처럼 지금의 에이전트를 만났죠.”

전권은 든든한 에이전트를 얻고 나서부터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오만, 그리스 등 세계 전역을 돌며 행사를 하러 다녔고 세계적인 스포츠 전문방송 <스카이 스포츠>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이에 더해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나이키의 광고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파트너로 낙점돼 이그나이트(Ignite) 광고를 찍은 것은 전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당시 호날두는 주위에 대여섯의 스태프를 대동했어요. 대기실도 꽤 화려했던 걸로 기억해요. 때문에 호날두가 다소 거만해 보이기까지 했죠. 하지만 촬영이 시작돼고 나서 제가 몇 가지 기술을 선보였더니 친절하게 다가와 존경심을 표현했고, 이내 좋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너는 전설이다(You’re legend)”라는 말도 그때 해줬어요. 이후에 나니가 광고를 찍으러 왔는데 ‘JK! JK!’를 찾아댔고, 니클라스 벤트너는 왜 선수를 안 하냐는 소리까지 했어요. 환상적인 경험이었죠.”

전권이 프리스타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우려의 목소리는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선생님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던 전권이 이제는 프리스타일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전설’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권혁부 씨는 “(전)권이는 한국의 모든 프리스타일러들의 선망의 대상이에요. 나 역시도 권이의 프리스타일을 보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됐죠. 지금도 같이 다니지만 여전히 배운다는 입장에서 권이를 바라보고 있어요.”

전권은 칭찬이 어색한지 멋쩍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후배들에 대한 사견을 밝히는 그의 표정은 다시금 진지해졌다. “후배들이 저처럼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저는 솔직히 여러 운이 따랐어요. 하지만 운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죠. 그래도 어린 친구들에게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유명해 질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자주 해줘요. 프리스타일은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1등이 아니면 관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권이 1등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NO.2’에 머물고 있는 전권 본인의 의지도 다잡기 위해서다. “세계 랭킹은 행사와 대회를 나간 횟수로 책정해요. 저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1위인 존 판워스에 뒤처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친구는 능력있는 선수라기보다 기계처럼 훈련만 하는 친구예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프리스타일러 전권이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JK사커닷컴(‘www.jksoccer.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프리스타일도 몸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오랫동안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아카데미를 차려 내가 익힌 기술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등 프리스타일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하나의 에이전트가 돼서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JK사커닷컴’도 아카데미를 설립하기 위한 단계라고 봐야겠죠.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제 축구기술을 가르쳐주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박지성 선수처럼 제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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