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正統)과 이단(異端)
2009.08.10 10:38:37


1920년 독일의 루돌프 다슬러(형)와 아돌프 다슬러(동생)형제가 [다슬러 형제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두 형제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1948년, 형 루돌프가 [푸마]를 창업했고 동생 아돌프는 자신의 애칭인 ‘아디’와 세컨 네임인 ‘다슬러’를 합쳐 [아디다스]를 새롭게 창업했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역사는 곧 축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초창기인 50년 대에는 아디다스가 푸마를 앞질렀지만 60년대 부터 푸마가 기세를 올리며 아디다스와 양대 산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48년 푸마에서 최초로 발표한 축구화 'Super Atom'은 지금과는 달리 흰색의 푸마 마크가 횡(橫)이 아닌 종(縱)으로 새겨져 있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본격적인 경쟁은 70년 멕시코 월드컵 전후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무렵부터 세계적 선수들이 제각기 아디다스 축구화와 푸마 축구화를 신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정통파'로 불리운 프란츠 베켄바워, 볼프강 오베라트 등의 모범적인 선수들은 아디다스 축구화를 선호했고, 세계 축구계에서 ‘이단아'로 불리운 요한 크루이프, 귄터 네쳐 등의 개성파 선수들은 푸마 축구화를 애용했다는 것이다.

베켄바워는 바이에른 뮌헨 및 독일 대표팀 시절에 항상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었는데 그는 새 축구화 보다 자신의 발에 익숙해진 낡은 축구화를 선호했다. 당시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축구화를 2~3개월 마다 새것으로 바꿔 신었는데 베켄바워는 한 축구화를 1년 넘게 신었다.

김성진 기자의 칼럼(스타들의 축구화를 찾아서)에도 언급됐 듯이 74년 독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3선이 그어진 아디다스 유니폼과 아디다스 축구화를 착용했지만 주장인 요한 크루이프는 2선이 그어진 푸마 유니폼과 푸마 축구화를 착용했다. 당시에 크루이프는 이미 푸마와 개인적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강한 개성의 소유자였다.

국내 젊은 축구 팬들한테는 독일의 볼프강 오베라트와 귄터 네처가 낯선 이름일 텐데, 두 사람 모두 독일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스타플레이어다. 왼발잡이 오베라트는 176cm의 다부진 체격에 생사를 걸고 상대 선수와 1대1 승부를 즐겼던 준족의 투사형 미드필더로서 74년 독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다.

오베라트는 지칠줄 모르는 기동력을 자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왼발 아웃사이드 패스는 언제나 팬들을 매료시켰다. 66, 70, 74년 월드컵에 연속으로 참가한 오베라트는 베켄바워와 함께 줄곧 아디다스를 축구화를 애용했다.

현역 시절 오베라트와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 귄터 네처다. 네처는 독일이 낳은 불세출의 판타지스타로서 그의 패스는 'cm 단위의 패스'로 불리었다. 1972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유럽컵에서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네처는 탁월한 경기 조율로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 대회 준결승전이 독일VS잉글랜드전이었다. 장소는 웸블리 구장. 그 날 독일이 고든 뱅크스와 보비 무어가 버틴 잉글랜드를 3대1로 완파했는데 네처가 군계일학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 경기는 독일 축구 사상 처음으로 적지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한 것이기에 의미는 남달랐다.

그러나 2년 후, 자국에서 개최된 74년 독일 월드컵에서 네처는 오베라트에게 밀려 동독전에만 출전하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지키는 설움을 당했다. 당시 독일 대표팀 헬무트 쉔 감독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창조성(네처)'이 아닌 '기동력(오베라트)'을 택했다.

비록 네처가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오베라트에게 뒤지지만 클럽에서의 활약 및 빅타이틀 우승 횟수는 오베라트를 압도한다. 네처는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었고, 소속팀인 보르시아MG와 레알 마드리드 등 에서는 푸마 축구화를 신었다.

덧. 베켄바워가 전성기가 지난 후인 77~80, 83년에 미국 뉴욕 코스모스 클럽에서 뛴 적이 있는데 그 무렵 간간히 나이키 축구화를 신은 걸로 기억된다.

필자인 김유석은 어린 시절 수없이 효창 운동장 담벼락을 넘었던 진정한 사커 키드다. 모두 대통령을 꿈꾸던 시절 홀로 차범근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이가 바로 그다. 축구를 풍성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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